자신의 차를 추월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 운전석 유리창에 대고 모형권총 비비탄을 사격한 40대 남성에게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검찰은 비비탄 총을 쏜 것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상 가중처벌되는 '위험한 물건'으로 폭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일반 폭행죄를 인정했다.
의정부지법 형사단독 김재근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상 흉기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7월 저녁 7시께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도로에서 자신의 엑센트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2차로를 주행중이던 A씨 앞으로 B씨가 몰던 포터 화물차가 추월해 지나갔고, 이에 격분한 A씨는 다시 B씨의 화물차를 추월한 뒤 급정거했다. 분이 풀리지 않은 A씨는 트럭의 옆으로 차선을 바꾼 뒤 창문을 열고 마침 가지고 있던 모형권총으로 B씨를 향해 비비탄 7~8발을 쐈다. 다행히 B씨의 운전석 창문은 올라가 있어 직접 얼굴에 맞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검찰은 A씨를 일반폭행보다 가중처벌되는 폭처법상 흉기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비비탄이 B씨에게 직접 맞지는 않았지만, 운전 중인 사람을 겨냥해 사격을 한 것은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모형 총기를 '위험한 물건'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김 판사는 "A씨가 B씨를 향해 비비탄 총을 쏜 것은 총탄이 신체에 직접 닿지는 않았더라도 사람을 위협하려는 의도에서 쏜 것이고, 이로 인해 놀란 상대방이 급정거나 갑작스런 운전미숙을 유발해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폭행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A씨가 무방비로 노출된 B씨의 신체를 향해 격발한 게 아니라 화물차의 닫힌 조수석 창문을 통해 발사했고, 비비탄 총알도 쇠구슬이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로 유리창을 뚫을 파괴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모형 총기를 가중처벌되는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