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술기업, 후계 구도 고민 중

입력 2014-11-27 08:47 수정 2014-11-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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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캐논 등 아직 뚜렷한 후계자 없어…10대 기업 가운데 5곳 CEO 나이 60세 넘어

아시아 기술기업들이 후계 구도를 고민하고 있다.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으로 회사를 세계 일류로 키웠던 1세대와 2세대 최고경영자(CEO)의 나이가 들면서 후계자를 찾아야 하는 것.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모리스 창(83) 설립자 겸 회장은 지난 2005년 은퇴했으나 4년 뒤인 2009년 금융위기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결국 일선에 복귀했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창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번 은퇴 시도는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CC 웨이(61)와 마크 류(60)를 공동 CEO로 앉혀놓고 후계 구도를 짜고 있다. 창 회장은 “두 CEO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그러나 회사를 완전히 맡기기에는) 10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인 팍스콘테크놀러지그룹, 일본 캐논 등의 설립자나 2세 등은 그들만의 제국을 일궈냈다.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아시아 하드웨어산업의 경쟁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 CEO들도 후계자 선정에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스탠퍼드대가 올해 미국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1만이 차기 CEO에 적합한 ‘인재 풀(pool)’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에너지업체인 BG그룹은 전 CEO의 갑작스런 사임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해 7개월이나 CEO 자리를 공석으로 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아시아 기술기업들은 대부분 1960~1970년대 빠른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을 이끈 리더들이 여전히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 후계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S&P캐피털IQ가 선정한 아시아 10대 상장 기술기업 가운데 삼성과 팍스콘 TSMC 캐논 히타치 등 5곳이 CEO 나이가 60세가 넘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반면 미국은 10대 상장 기술기업 가운데 60세가 넘는 CEO가 있는 곳은 시스코시스템스 하나밖에 없다.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79) 회장 겸 CEO는 공동창업자의 조카로 서구와 일본식 경영스타일을 적절하게 조합해 회사를 수익성 높은 곳으로 성장시켰다. 캐논은 내부에서 젊은 인재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미타라이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탁생산하는 팍스콘의 궈타이밍 설립자는 일부 사업을 분사시켜 경영권의 분산화를 꾀하고 있다. 후계자가 될 인재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고위급 임원 3명을 순환 CEO로 돌리는 독특한 제도를 택하고 있으나 아직 그가 은퇴하면 누가 회사를 맡을지 불확실하다.

윌리 시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창업주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큰 성공을 거둬 이들이 회사 일에서 손 떼지 않도록 잡아두고 있다”며 “최고 지도자가 모든 결정을 하는 경영스타일이다. 그러나 그 밑의 사람들은 언제 경험을 쌓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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