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희비가 엇갈리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 스포츠를 후원하는 기업들이다. 후원 선수들의 성적은 기업 이미지는 물론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선수 마케팅은 도박 또는 로또로 비유된다. 그러나 기업의 겨울 스포츠 후원은 한국 겨울 스포츠 발전에 절대적 영향을 미쳐 왔다.
삼성은 지난 1997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사로서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을 후원해 왔다. 매년 꿈나라 대회로 쇼트트랙(16회)과 스피드스케이팅(13회), 피겨스케이팅(15회) 등 종목별 국제대회 참가를 지원했고, 외국인 코치 영입 등 장기적 선수양성과 저변확대를 위해 지원했다.
현대·기아차는 2003년부터 국내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200여명을 후원했다. 대표 선수가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다. 이상화가 휘경여고 재학 중이던 2005년부터 후원하기 시작한 현대·기아차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직후에는 SUV 차량 쏘울을 선물했고, 지난해에는 훈련용 차량으로 K5 하이브리드를 전달했다.
대한항공은 팀 창단으로 선수 후원에 열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1년 3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창단,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팀 연고지를 겨울 스포츠 불모지인 제주도로 선정, 제주도 겨울 스포츠 붐 조성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피겨여왕’ 김연아(24)의 백그라운드에도 기업의 힘이 컸다. KB국민은행은 2006년부터 당시 경기 군포 수리고 1학년이던 김연아를 주니어 유망주로 발굴해 지원했다. 지금은 김해진(과천고)·박소연(이상 17·신목고) 등 ‘포스트 김연아’ 발굴에 전념하고 있다.
빙상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종목에도 기업의 손길은 전해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과 후원 계약해 2018년까지 훈련비와 썰매 구입비를 지원한다. 이에 국가대표팀은 지난 5년간 썰매를 빌려 타던 신세에서 벗어나 해외훈련도 가능케 됐다.
기업 후원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원윤종(29), 서영우(23)로 구성된 봅슬레이 남자 2인승 대표팀은 소치올림픽에서 18위에 올랐고, 윤성빈(20·한국체대)은 남자 스켈레톤에서 16위에 오르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유통업계도 겨울 스포츠 육성에 경쟁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봅슬레이 선수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롯데는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도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을 지원했다. 루지 종목은 소치동계올림픽 때 처음으로 올림픽 전 종목에 출전해 팀 계주에서 ‘톱10’을 노렸지만 12위에 만족해야 했다.
신세계는 대한컬링경기연맹 공식 후원사로 2018년까지 100억원의 후원을 약속했다. 지난해에는 제1회 신세계·이마트 전국컬링대회를 개최했다. 소치올림픽에는 여자부문 국가대표 5명이 첫 출전해 8위에 올랐다.
CJ는 대한스키협회 설립 이후 최초의 기업 후원사로 유망선수 후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CJ는 한국스노보드 선수 최초로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호준(24)과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에서 5위에 입상한 최재우(20·한국체대) 등 유망주에게 2015년까지 후원금과 용품을 지원한다. 김호준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4위, 최재우는 5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확정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한라그룹은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을 21년째 운영하며 선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안양 한라는 선수들을 아이스하키 강국 핀란드의 2부리그 팀 키에코 완타와 HCK에 임대로 보내 선진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는 소치동계올림픽 참가 대표 선수단의 단복(전 의류 및 스포츠용품)을 제작·공급했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피겨스케이팅·컬링 등 4개 종목 대표팀에는 단체복 제작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