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 인기가 날로 치솟으면서 드라마가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반을 넘어선 '미생'의 인기가 이대로 이어질 경우 역대 케이블드라마 최고 흥행작인 tvN '응답하라 1994'(2013·이하 '응사')를 넘어서 최고 수익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 광고 완판으로 제작비 40억원 상당부분 보전…VOD 수익 30억 예상
'미생'은 무엇보다 투입 대비 효과가 큰 작품으로 평가된다.
제작비는 많지 않은데 벌어들이는 수익 가지들이 굵고 다양한 덕이다.
tvN과 OCN 등의 채널을 보유한 CJ E&M의 한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생' 제작비는 tvN이나 OCN에서 방영되는 다른 미니시리즈 수준"이라면서 "다른 드라마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CJ E&M 계열 채널에서 만드는 미니시리즈 제작비는 회당 2억 원 수준인 만큼 20부작인 '미생' 제작비도 40억 원 전후로 추산된다.
통상 드라마 제작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출연료다.
그러나 '미생'은 몸값 높은 한류스타 대신 제작진이 새롭게 발굴한 조연들이 많다.
주연인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 소속 임시완(장그래 역)과 이성민(오상식 과장)의 출연료도 회당 수천만 원을 받는 지상파 드라마 주인공들과 비교하면 높다고 할 수 없다.
직장 드라마다 보니 촬영의 80%가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와 경기도 남양주에 각각 설치된 세트장 내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점도 제작비 절감에 큰 몫을 했다.
지난 9월 일주일간 요르단에서 진행된 촬영에도 최소한의 제작 인원만 동행했다고 한다.
윤태호 작가에게 지급한 원작 만화 판권료와 드라마 홍보·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미생' 제작비가 다른 미니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반면 '미생'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막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CJ E&M에 따르면 일단 지난달 17일 방송을 시작한 이후 6주간 주문형 비디오(VOD) 누적 판매액이 15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일주일간 매출은 3억원으로 VOD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남은 8회 방송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VOD 판매액만 30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다.
◇ 푸티지 등 부가 광고 인기…"CJ내부서도 '응사'보다 큰 수익 예상"
VOD보다 더 큰 수익은 광고에서 나온다.
10~20대 여성이 주소비층인 VOD 매출로만 따지면 직장 드라마인 '미생'이 로맨스 드라마인 '응사'에 밀리더라도 무한대로 가지가 뻗어나가는 광고 덕분에 케이블 채널 최고의 흥행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CJ E&M의 또다른 관계자는 "CJ 내부에서도 '응사'보다 최종적으로 '미생'이 많이 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생' 광고는 '직장인들의 교과서'로 불렸던 원작 유명세에 힘입어 드라마 방영 전 완판됐다.
CJ E&M은 '미생' 광고가 tvN의 다른 일부 프로그램과 묶어 패키지로 판매되는 까닭에 정확한 판매 금액을 알 수 없다고 둘러대지만, '미생' 방송 전후와 중간에 붙는 광고만으로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상황에서 간접광고와 협찬 금액은 오롯이 수익으로 잡히는데, '미생'의 간접광고와 협찬은 '응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다.
그런데 이마저도 내부의 자율 조정을 거친 결과란다. 제작진은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는 제품 협찬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배제하며 '아무거나' 화면에 노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실 속 사무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숙취해소 음료와 휴대전화, 복사용지, 인스턴트 커피믹스 등 드라마 내용과 어울리는 광고만 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다른 드라마에서는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간접광고가 '미생'에서는 또다른 볼거리를 줄 정도다.
여기에 드라마의 일부 영상을 발췌해 사용하는 '푸티지'(Footage) 광고 수익이 막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CJ E&M에 따르면 현재 방영 중인 SK텔레콤 광고 '100년의 편지- 미생 오과장편'을 비롯해 방영을 앞두고 있거나 제작진이 최종 계약을 조율 중인 푸티지 광고가 여럿이다.
CJ E&M 관계자는 "'응사'는 로맨스 드라마라 간접광고를 할 게 별로 없었고 그 당시만 해도 푸티지 광고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미생'은 현재 푸티지 광고 제안이 엄청나게 밀려들고 있다"면서 "그런 걸 따지면 '미생'은 광고를 통해 15억~20억은 너끈히 번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방송 후반부터 본격화될 해외 수출도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이재문 프로듀서는 지난 27일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간담회에서 "회사 문화가 많이 닮은 일본에서 반응이 클 줄 알았는데 중국 반응이 격하다고 한다"면서 "수출도 안 된 상태에서 중국 CCTV에서 14분짜리 소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고 전했다.
이 프로듀서는 "문화가 다른 동남아 바이어들의 반응도 굉장히 뜨겁고 며칠 전에는 미국에서도 VOD 수출은 당연하고 월가를 배경으로 한 리메이크도 가능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미국 시장에 정통한 분으로부터 들었다"고 소개했다.
'미생' 흥행에 배우들도 달콤한 보상을 받고 있다.
장그래 그자체로 인식되면서 인기를 얻은 임시완은 음료와 의류 등 다양한 업체의 구애를 받고 있다. 이성민과 안영이 역의 강소라, 장백기 역의 강하늘 등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