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꽃들의 36.5℃]

입력 2014-12-0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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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tvN ‘SNL 코리아 시즌5’(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그래도 하고 싶은 일 하는 거니까 괜찮잖아. 너희들 아니어도 일할 애들 줄 섰어요! 서포터즈에 대외활동, 대학생 마케터 그룹까지….” 서울대 수학과를 나온 이는 식비를 계산하고, 홍대 미대를 나온 이는 사다리 타기를 그렸다. 천신만고 끝에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정규직 아닌 계약직이란 사실에 경악을 감추지 못 했다. 계약직이 왜? 건네받은 새하얀 봉투 속엔 20만원의 월급이 들었다.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지만, ‘열정페이’란다. 11월 15일 tvN ‘SNL 코리아 시즌5’ 속 ‘인턴전쟁’ 코너가 그린 씁쓸한 풍경이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0대가 20세~25세에 취업해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던 것과 비교해 25세~30세에 취업하게 되는 오늘의 20대는 1353만원의 학자금 대출액을 끼고 재직 후에는 경제성장률 3%의 상황에서 3억원의 개인 조세 부담을 평생 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봄날은 요원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위로하고 자조를 삼던 말 따윈 뼈아프게 시릴 뿐이다.

이는 각종 문제와 병폐가 드러나고 있는 문화계 현실도 마찬가지다. ‘견습은 10만원, 인턴은 30만원, 정직원은 110만원. 야근수당 포함, 추가급여 일절 없음.’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디자인실 한 달 급여가 폭로되자,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졌다. 실력자이자 MBC ‘무한도전’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쌓은 그에 대한 배신감인 동시에 치졸한 현실에 대한 공감이었다. 으레 관계자들은 비단 해당 디자이너실만의 일이 아닌 업계 관행이라고 눙친다.

우상(偶像)이란 단어를 원형으로 10대 팬으로부터 큰 지지를 얻는 아이돌(Idol) 또한 ‘갑과 을의 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한류붐을 이끌고 화려한 무대조명 아래 열광적인 관심을 즐기는 국내 아이돌 가수라지만 실상은 불합리한 계약조건 아래 놓여 있기 일쑤다. JYJ 분쟁 이후 2009년 마련된 공정위 표준전속계약서 마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예관계’를 연상시키는 불공정한 장기계약 등 연예계 전속계약의 불합리함은 엄존한다.

“저예산 영화 찍는다고 스태프들 임금 안 주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내껀 포기해도 스태프들한테는 주려고 했다…재능기부는 혼자 하는 것이다. 남의 뭔가(작품, 콘텐츠 등)를 만들어주는데 재능기부를 요구하는 건 착취다.” 영화 ‘라이 마띠마’의 감독으로서 연출 개런티를 전 스태프의 임금으로 돌린 유지태다. 지극히 상식적인 그의 전언이 소신발언으로 회자될 수 밖에 없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문화계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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