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금고가 이렇게 많이 팔리다니, 놀라운 현상이에요."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이 대폭 강화되면서 개인 금고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 금고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4~5년 동안 꾸준히 개인 금고 판매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개인금고 판매 증가율은 상반기 114%, 하반기 93%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도 52%, 5월 이후 10월까지는 24%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금고 열풍이 5만원권 유통과 금 투자가 인기를 끈 시점에서 나타났다”면서 “5만원권으로 화폐 부피가 줄어 개인금고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열풍이 식을 만할 때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돼 판매율을 견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5만원권의 회수율은 현재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화폐 발행량 중 5만원권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또 5만원권 회수율은 지난 3분기 19.9%로 최근 5년내 최저치다. 5만원권의 연간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서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난해 48.6%로 급락했다.
개인 금고 열풍은 지난 2009년 2월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진 이후 5년 8개월 만에 다시 2%대로 금리가 떨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서울 중구 한 시중은행 PB(개인자산관리)는 “저금리 시대에 정기예금이나 적금조차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인 경우도 많다”면서 “여기에 금융실명제가 강화되면서 차명계좌를 통해 세테크를 하려는 움직임도 뚝 끊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산 노출을 꺼리는 자산가들은 현금이나 골드바 형태로 자산을 보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