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新관치’ 논란]‘관피아’ 떠나니 낙하산… 뒷걸음질치는 금융 선진화

입력 2014-12-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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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새 은행연합회장 조윤선 수석·신제윤 위원장과 인연…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 49위→80위

관피아가 사라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피아 척결 의지에 관료 출신들은 금융업계에 발을 못 붙이고 있다. 대신 그 정부 인사들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신(新)관치금융이다.”(A은행 임원)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잠잠해지니 낙하산이 시끄럽다. ‘서금회’(서강금융인회)나 은행연합회장 인선이 대표적이다.

4대 금융지주는 물론 4대 금융협회장까지 모두 민간 출신 인사로 채워지면서 관치금융이 척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점입가경이다.

한국 금융산업 구조에서 진정한 의미의 자치(自治)는 아직 멀었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관치금융 논란 중심 = 최근 금융권 낙하산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다.

지난달 28일 은행연합회 총회에서 이사회는 이 회장을 단독 추대하고 만장일치로 선임안건을 통과시켰다. 11년 만에 민간 은행장 출신 연합회장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신관치금융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회장 경선에 떨어진 하 회장에게 대신 은행연합회 수장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금융위원회가 법적 권한과 지원을 남용해 인사 개입을 추진했다”며 감사원에 금융위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한 데 이어 야당마저 ‘하영구 내정설’을 문제 삼고 나섰다.

하 회장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씨티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 연결고리를 담당한 전력이 있어 대표적 정부 측 인사로 분류된다.

A은행 임원은 “은행연합회는 공공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과거에도 수장 자리는 민간 출신들이 오르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의 관피아 척결 발언 때문에 관료들을 앉히지 못하자 다른 입김이 가능한 인사들로 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역대 은행연합회장 10명 중 민간 출신은 이상철 전 국민은행장과 신동혁 전 한미은행장 2명뿐이다.

◇관치금융 폐해에 금융산업 경쟁력 ‘뒷걸음질’= 관피아, 낙하산들이 수장 자리에 오르고 이들에게 자리를 뺏긴 금융당국 임원들은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로 재취업한다. 돌고 도는 것이다. 이에 관치금융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꼽힌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를 보면 한국 금융산업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국 금융은 2007년 IMD 평가에서 31위에 올랐으며 올해는 29위를 기록해, 별다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도 한국은 2006년 49위였지만 올해는 80위로 추락했다. 조사대상 144개국 중 중간 수준에도 못 미친 것이다. WEF의 금융시장 성숙도 조사는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 금융서비스 가격 적정성, 국내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 등 8개 세부항목으로 평가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고질적 관치금융은 금융사의 경영불안 및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뿐”이라며 “은행의 지배구조를 안정시키고 장기 수익성을 확보할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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