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국내 ‘앱 카드’…글로벌 결제 ‘빅3’ 몰려온다

입력 2014-12-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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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모바일결제시장…‘앱 카드’ 이용 만족도 낮고 해외결제 사용은 크게 늘어

결제시장을 주름잡던 카드사들이 벼랑 끝에 섰다. ICT(정보통신기술) 회사들이 모바일 결제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어서다.

예전에는 은행이나 신용카드사들이 금융서비스를 하고 관련 기술은 IT 회사들이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역할이 뒤바뀌었다. IT 회사들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회사들이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용자 만족도 낮아… 잦은 에러, 느린 업데이트 불만 = 카드사들이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는 UI(사용자 환경)의 불편함 때문이다. 카드업계가 내놓은 앱 카드는 실제 사용하기에는 많은 불편이 따른다. 앱 카드를 사용하려면 까다로운 가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따로 발급받고 각종 보안 앱도 설치해야 한다. 심지어 은행 창구에서 앱카드를 신청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막상 앱 카드를 설치해도 사용할 곳이 적다. 오프라인 상점에선 앱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 카드사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맹점 어디서나 앱 카드를 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신한과 현대, 삼성카드 등 6개사의 앱 카드는 하나로클럽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E1, 세븐일레븐 등 몇몇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의 앱 카드는 서울지역 200여개 중소 가맹점, 삼성과 롯데, KB국민카드의 사용처는 100여곳뿐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에 비하면 앱 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은 터무니없이 적은 것.

이용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주요 7개 카드사 앱에 대해 구글 앱 스토어 이용자들이 메긴 점수는 5점 만점에 3.4점. 특히 KB국민과 롯데카드는 각각 3.3점과 3.1점으로 나머지 5개 카드사(신한, 현대, 삼성, 우리, NH)보다 점수가 낮다. 앱 스토어에는 앱 카드 인증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급변하는 스마트폰 환경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OS(운영체제)는 수시로 업데이트 되지만 앱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앱 스토어에는 관련 불만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앱 카드 사용자인 이모씨는 “OS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앱 카드가) 오류가 난다”며 “이런 건 빠르게 대응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카드사마다 각각 앱 카드를 내놨지만 차별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도 한계다. 서비스나 결제방식 모두 초기엔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은 모두 유사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다 보니 모두 비슷해진 것이다.

오프라인 상점 결제 방식이 대표적이다. 초기엔 NFC나 바코드, QR코드 등 각자의 방식이 달랐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카드사가 3가지 방식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전 동양증권)의 이창영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전자지갑이나 모바일 카드(앱 카드)는 사실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빅3 한국시장까지 위협 = 모바일 결제시장 삼국 대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글로벌 결제회사들이다.

결제시장의 글로벌 선두주자인 페이팔, 알리페이, 애플페이는 전 세계 쇼핑족을 상대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 서비스가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각종 우회적인 방법으로 한국 소비자들도 글로벌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페이팔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억4800만개 계좌를 확보했고 26개국 화폐로 전 세계 결제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온라인 쇼핑 결제의 18%인 66억 달러 매출(한화 약 7조3000억원)을 올렸다.

페이팔 계정을 만들 때 신분증명이나 공인인증서는 필요없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페이팔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온라인 쇼핑 결제를 자유롭게 할수 있다. 결제할 때는 아이디로 사용하는 메일주소와 신용카드만 있으면 된다.

중국 인터넷 업체 알리바바가 내놓은 결제서비스 알리페이의 가입자수는 지난해 말 8억명을 넘었다. 지난 2003년 출시 이후 탄탄한 영업력으로 우리나라 ‘직구족’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선 알리페이 충전을 대행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해외 직접 구매를 자주 사용하는 주부 장모(42)씨는 “국내에서도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해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인터넷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며 “우리나라 신용카드를 쓰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애플이 출시한 애플페이는 지난달 기준 가입자수 1억4800만명을 확보했다. 오프라인 가맹점은 맥도날드, 월마트 등 22만개에 이른다.

아직 국내 사용에는 한계는 있다. 한국 소비자가 사용하려면 아이폰 국가 설정을 미국으로 한 후 미국에서 발급한 신용카드가 있어야 한다. 애플 기기만 있다면 따로 회원 가입이 필요 없다.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보안코드만 입력하면 등록할 수 있다. 처음 등록할 때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뱅크월렛카카오나 우리나라 은행의 앱카드와 대조적이다.

김동호ㆍ김정아 비트허브 기자 kdhbh98@bith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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