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제윤 위원장의 네가지 과제

입력 2014-12-03 11:09 수정 2014-12-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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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금융시장부장

올해 금융권은 그 어느 해보다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다. 1월에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고, 2월에는 KT ENS 사기 대출과 은행 도쿄지점 불법 대출 사고가 발생했다.

4월에는 국민은행 1조원 허위 증명서 발급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5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회장과 행장이 갈등을 빚은 KB금융 사태가 촉발됐다. 그 결과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이 임기도 못 채우고 중도 하차한 데 이어 최수현 금감원장도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10월에는 우수 중소기업으로 평가받던 모뉴엘 사기 대출이 터졌고, 11월에는 은행연합회장과 우리은행장 관치인사로 시끄럽다. 1년 내내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은 한해였다.

금융권 경영 실적도 형편없다. 저금리와 경기침체 속에서 금융권 순이익은 반토막 났다. 그 여파로 신규 채용은 줄고, 기존 인력 감축 문제로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한 마디로 올해는 금융권 최악의 한해였던 것 같다.

최근 은행장들을 만나 내년 시장 전망을 물으면 하나같이 부정적으로 말한다. 올해보다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권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하려면 금융당국의 역할이 절실하다. 우선 금융회사들이 영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제윤 위원장이 적어도 4가지 과제는 풀고 가야 한다.

먼저 KB금융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새 CEO를 선임한 만큼 LIG손보 인수를 허가해 줘야 한다. 금융당국은 KB금융 사외이사를 교체하지 않으면 LIG손보 인수를 허가해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기준을 마련했듯이 얼마든지 행정적으로 풀 수 있다. LIG손보를 ‘담보’로 KB금융 사외이사를 옥죄는 것은 당국의 태도가 아니다.

KB금융이 내분사태를 수습하고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6개월째 목 빠지게 새 주인을 기다라고 있는 LIG손보를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수익감소, 조직불안 등으로 혼란을 겪는 LIG손보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금융당국이 외면해선 안 된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문제도 금융당국의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금융당국이 끼어들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당국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사 양측이 미래지향적 협상을 하도록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

김정태 회장이 원하는 조기합병이 됐든, 노조가 요구하는 5년간 독립경영을 하든 간에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 쓸데없는 소모전은 노사 모두에 득(得) 될 게 없다.

금융권의 관치인사 논란도 이제 없애야 한다. 올해도 금융권 인사에 관피아, 금피아, 키피아들이 득세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관치금융 논란에도 은행 사외이사, 금융권 감사 자리는 정부관료, 금감원 출신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정부 입김이 들어갔지만 사외이사들이 막아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KB금융 사외이사를 물갈이 하려는 이유가 회장 선임 과정에서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란 이야기도 돈다. 사실이 아니라면 이런 소문이 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사전에 내정설이 돌아 잡음이 났고 우리은행 행장과 대우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서금회가 막후 역할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래서야 어디 한국 금융산업이 선진화되겠는가. 인사는 만사다. 인맥이 아닌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CEO가 되는 인사시스템이 확립돼야 금융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허술한 금융시스템의 구멍도 메워야 한다. KT ENS 협력업체와 모뉴엘이 1조원이 넘는 사기 대출이 가능했던 것은 허술한 여신거래 시스템 때문이다.

허위 서류로 수년 동안 1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현재의 여신 관행에 심각한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올 한해 발생한 사건·사고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내년에는 금융권에 사건·사고 없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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