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新관치’ 논란]금융기관 요직 꿰차는 ‘서금회’ 인사 개입설 도마위

입력 2014-12-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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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초기엔 냉대받다 올들어 금융권 막강파워 과시… 우리銀 차기행장 선임 앞두고 이광구 부행장 내정설로 논란

금융권 수장 인선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관치금융’ 잡음이 일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에 특정 인사 내정,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 대한 사퇴 압력, 특정 학교 인맥을 바탕으로 한 지원설까지 관치금융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급부상하면서 ‘신관치금융’이라는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서금회 멤버들은 금융권 주요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등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모교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출신 금융권 동문이 결성한 모임으로 알려졌다.

2011년까지만 해도 참석자가 20~30명 수준이었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300여명까지 급속도로 늘어났다. 1970년대 후반 이후 학번으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금융유관기관 등에 몸담고 있는 현직 팀장급 이상 멤버로 구성됐으며 비금융인 동문까지 포함된 ‘서강바른금융인포럼’과 함께 서강대 동문모임의 쌍두마차다.

서금회는 박근혜 정부 초반에는 냉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 고대 인맥을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권 4대 천왕의 폐해에 대한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서강대 출신이란 이유로 능력이 있어도 금융권 인사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권 중반기에 들어서면서 서강대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국책은행부터 시중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의 요직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서금회는 올 들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을 잇따라 배출하면서 금융계에서 주목받는 집단이 됐다. 최근엔 대우증권 사장으로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부사장이 내정됐다. 정권 초반에 임명된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은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출신이다.

서금회는 이밖에도 금융권에서 만만치 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서금회 회장은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이 맡고 있으며 전임 회장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이다. 또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등도 서금회 멤버다. 정치권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있으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서금회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쳤다.

◇세력 확장하는 서금회… 신관치금융 논란 = 서금회 세력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 차기 행장 선임과 관련해 애초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순우 행장이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회의를 하루 앞두고 후보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서금회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아볼 때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했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2011년 3월 우리은행 수장을 맡은 이 행장은 지난해 6월 지주사 회장 자리에 올라 금융당국과 호흡하며 민영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끈질기게 설득해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행추위가 꾸려지기 전까지 차기 우리은행을 이끌 적임자로 이 행장이 꼽혔다.

그러나 서금회인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의 사전 내정설이 확산되면서 흐름이 급변했다. 일각에선 서금회 라인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현 행장의 연임 포기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 행추위원들이 이 부행장의 선임에 부정적인 것을 감안해 현직 은행장을 상대로 정부가 연임 포기 압박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행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한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행추위는 2일 2차 회의를 열고 이 부행장과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김승규 부행장 등 3명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결국 소문대로 특정 학연이 금융권 주요 인사를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관치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사외이사의 다양성?전문성을 강화하고 대기업 오너들이 계열금융사 사장을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내놨지만 벌써부터 무용지물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반응이 냉소적일 뿐만 아니라 서금회 세력이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고치겠다며 모범규준까지 만들어 발표했지만 정작 당국의 보이지 않는 인사 개입은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이중적 행태부터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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