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흥행 아무도 몰라, 관객은 신” [스타인터뷰]

입력 2014-12-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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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으로 5년만에 돌아온 윤제균 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감독이다. 동시에 ‘색즉시공’으로 19금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1번가의 기적’을 통해 사람냄새 나는 감동을 자아냈다.

한동안 제작자로 활동해 온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국제시장’은 윤제균 감독이 10년 전부터 구상하고,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윤제균 특유의 ‘사람냄새’를 풍길 예정이다.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등 선 굵은 배우들이 윤제균 감독과 함께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제균 감독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의 감독 복귀라서 그런지 긴장감도 묻어났다. 무엇보다 윤제균 감독에게 ‘국제시장’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극 중 덕수(황정민)는 실제 윤제균 감독의 아버지 이름과 동일하다. 우리네 현대사를 다뤘지만, 개인적인 사연이 묻어있다.

“‘국제시장’은 남다른 작품이다. 개인적인 사연에서 출발했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다. 살아계실 때 고맙다는 말을 못해 한이 되었다. 나이 들어 내가 아버지가 되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다른 영화와 달리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5년만에 돌아온 윤제균 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최유진 기자 strongman55@)

‘국제시장’은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6.25 흥남 철수부터 파독 탄광 광부, 월남전, 이산가족 상봉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룬다.

“한국 현대사가 이렇게 파란만장할지 몰랐다. 영화를 만들면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 현대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그 안에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했다. 영화 제목을 ‘국제시장’이라 정한 이유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시장이라 하면 많은 이야기가 있다. ‘국제시장’은 꼭 하고 싶었다. 시나리오가 2012년에 나왔는데 초고를 쓰기까지 3년이 걸렸다. 촬영도 힘이 들었지만, 시나리오 창작 단계가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그때 그 시절과 다 바뀌었기 때문에 막막했다”고 로케이션의 고충을 털어놓은 윤제균 감독의 말처럼 한국 현대사를 스크린 속으로 고스란히 옮기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었다. 사실감 있는 재현은 윤제균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이 뒷받침됐다. 영화 속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은 실제 그 시절을 보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여기에 황정민, 김윤진 등 배우들의 호연도 한몫했다. 특히 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세계적 반열에 올라선 김윤진의 호연은 인상적이며 신선했다. ‘할리우드 배우’ 김윤진의 한국적 정서는 ‘국제시장’에서 빛을 발한다.

“김윤진이라는 배우는 정말 대단한 배우다.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인간적으로 대단하다. 연기의 폭이 정말 넓다고 느꼈다. 김윤진이 멜로, 로맨틱 코미디를 잘할 수 있다고 느낀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겨도 다 이해해줬고, 항상 모니터 옆에서 감독, 스태프와 함께 했다. 인간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배우다.”

▲'국제시장' 스틸(CJ엔터테인먼트)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로 1000만 감독 반열에 올랐지만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등을 통해 사람냄새 물씬 나는 작품을 연출해 왔다. “1000만 흥행 감독이냐 인간적인 감독이냐”라는 우문에 윤제균 감독은 현답을 내놓았다.

“1000만은 하늘이 준 선물일 뿐이다. 1000만 감독이 됐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지만 난 서민적인 감독이다. 소시민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감독 윤제균이 아니라 인간 윤제균으로 봐 달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이다.”

윤제균 감독은 인터뷰 도중 ‘국제시장’의 시즌2 제작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이번에는 60~70년대 아버지의 삶을 다뤘다면 80~90년대 우리 이야기를 예고했다.

“80~90년대에도 60~70년대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일들이 있었다. 민주화 투쟁, IMF 등이 그것이다. ‘국제시장’을 처음 할 때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국제시장’이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라면 ‘국제시장2’는 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다만 영화가 흥행해야 가능한 일이다.(웃음)”

▲영화 '국제시장'으로 5년만에 돌아온 윤제균 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최유진 기자 strongman55@)

개봉을 앞둔 감독의 마음은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큰 부담감을 가진다.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

“후반작업 때는 일에 열중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을 끝내고 개봉을 기다리는 지금이 가장 떨리고 부담된다.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 언론시사 후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관객의 평가에 달렸다. 내 신조가 ‘관객은 신이다’라는 것이다.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봤지만 관객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관객의 평가는 정말 냉정하다. 영화를 제작할 때마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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