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씨가 비선실세로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문건유출 파문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의혹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파문을 막는데 고심하고 있지만 봇물 터진 핵심인사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의혹으로만 있던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들의 실체 등 정권의 가장 민감한 치부를 건드리고 있어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집권 2년차말에 벌써 레임덕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의 ‘정윤회 사태’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개입 폭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김종 2차관, 우상일 체육국장 등이 출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유 전 장관의 폭로가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의혹 공세라고 막고 나섰다. 하지만 야당은 문체부가 5월 실시한 대한승마협회 조사의 결과보고서를 통해서만 진실을 가릴 수 있다며 압박했다.
폭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정윤회 씨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개입해 유 전 장관에게 관련 문체부 국·과장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 정 씨가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개입해 승마협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딸에게 특혜를 주도록 했고, 특혜 시비에 대해 조사를 벌인 담당 국장과 과장을 산하기관으로 인사조치 시킨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 전 장관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꺼내 해당 국장과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교문위 회의에서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유 전 장관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퍼즐이 다 끼워맞춰졌다”며 “하늘 아래 비밀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씨의 승마협회 개입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바 있다. 같은 당 유기홍 의원은 “인사 조치된 전 국장과 과장이 오늘 회의에는 참석하겠다더니 유 전 장관 발언이 있자마자 다시 행방불명 됐다”며 “이들 문제에 대해선 감찰이 필요하고 엄중한 조치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할 당시 “김 차관이 이례적으로 앞장서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상임위에서 앞장서 반박한 김희정 당시 새누리당 간사는 여성부 장관이 됐다”며 “문체부 차관과 여당의원들 사이에 사전 협의가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고 어떻게 저런일이 생기느냐”고 주장해 여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교문위원들이 안 의원 이 같은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선교 의원은 “마치 문체부와 여당 의원이 모두 작당하거나 조작해 집단적으로 진실을 뭉개려했다는 것은 여당 의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종훈 의원은 “여당 의원이 사실을 호도하기 위해 발언을 했다는 발언은 정도가 지나치다”며 “‘김희정 의원이 그렇게 발언해 장관으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것(발언)은 너무하다. 심각한 문제고 안 의원이 분명히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김종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써서 메모를 전달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커져 회의가 한때 정회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이 적임자로 (해당 인사들에 대해)인사조치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표현이나 말씀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도 폭로전에 가세할 것을 시사했다. 이날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정씨가 끝까지 거짓말을 하면 그때는 내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 씨가 지난해 미행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부인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반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더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