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발언대] 신뢰가 소통을 이끈다

입력 2014-12-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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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은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한국선진화포럼 13기

“어른이어서 미안하다.” 지난 5월 경기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주차장에서 자살한 50대 남성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의 내용이다. 믿을 수 없는 참사였고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그런데 왜 그는 ‘어른이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세대 간의 소통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한국선진화포럼에서는 ‘세대 간 소통의 선진화,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주제로 단절된 소통을 회복시킬 방안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선장 역을 맡고 있는 지도층은 보신주의와 기회주의로 연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기성세대의 공동체 내부에서 크든 작든 ‘세월호’를 기르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현재 지도층 혹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세월호 대참사는 단순히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사고가 아니다. 대한민국 기성세대의 바닥을 드러낸 국가적 위기의 대참사였다. 결국 그간 간과했던 적당주의, 부정부패, 책임의식의 결여가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됐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는 말을 많은 학생들이 믿었던 것은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믿은 것이다. 생사를 오가는 급박한 순간에 어른의 말 한 마디가 아이들에겐 안도감과 희망의 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의 책임을 믿고, 어른들의 말을 믿은 아이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세대 간 불신이 자리한 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어른이라 불리는 그들을 믿었던 것. 하지만 어른이 못 믿을 존재임을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의 세대 간 소통 단절은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과 개인주의의 팽배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의 소통에서도 신뢰는 기본이다. 세대 간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기성세대의 책임의식 강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관료와 정치인의 무책임한 행동과 그들의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이 불신을 고조시킨 요인이다. 관료나 정치인, 공무원의 범죄에 있어서 더욱 막중한 책임을 묻는 법률이 필요하다. 더욱 엄격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면 윤리기준이 강화될 것은 물론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경험했고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을 맛봐야 했다. 회복을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세대 간 신뢰가 바탕이 돼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많아진다면 소통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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