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주식시장은 ‘호갱님~’이 아니다

입력 2014-12-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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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최근 주식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위정자들은 주식시장을 ‘호갱님(호구+고객님)’ 취급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내놓은 증시활성화 대책이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대책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정사업본부와 은행들의 주식투자 한도를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기관투자가의 주주권행사 강화를 위한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국민연금 투자손실 면책조항 신설, 자기 또는 계열증권사가 인수한 증권 인수 후 3개월 경과 전이라도 시장을 통한 매매 허용, 한국판 다우존스지수 개발 등 내놓은 대책의 대부분이 기관과 증권유관기관들을 위한 대책뿐이다.

현재의 주식투자 한도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우체국이나 은행에 투자 한도를 늘린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 투자할 상품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투자자들이 투자할 상품이 없어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인가.

거래세 인하는 당장 정부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낮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공매도 세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장사들과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원하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러니 주식시장을 그저 세금을 걷기 위한 ‘호갱님’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주식시장, 아니 나아가 자본시장은 선진화를 명분으로 선진국에도 없는 희한한 제도와 규제 혹은 선진국보다 더한 개방으로 누더기 시장이 된 지 오래다. 코스닥 작전세력이나 개미들의 정치테마로 인한 폐해는, 현물의 공매도와 파생상품 심지어 외환시장까지 연계한 투기세력으로 인한 폐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국회도 주식시장을 ‘호갱님’ 취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말 많던 섀도보팅은 3년간 유예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총 결의 요건은 개선의 움직임이 없다.

감사 선임시 최대주주는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 이내로만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것도 선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한한 제도다. 주주총회 보통 결의 요건도 발행주식수의 25% 이상 주주가 참석하고, 출석의결권 50%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바뀐다.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규제가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국회의원 선거도 이 요건대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지역구 전체 인구 중 25%가 투표해야 하고 이 중 50% 이상 지지를 얻어야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당 지역구에서는 의원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또 법안을 발의한 당은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한 투표시 다수당이더라도 3%만 인정하도록 하자.

내가 싫고 어려운 것은 남들도 싫고 어려운 법이다. 시급한 공무원 연금 개혁을 하기 전에 먼저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어렵듯이 말이다. 주식시장은 위정자들의 ‘호갱님’이 아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정책과 규제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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