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근육통은 만성 전신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인구의 2~4%에게서 나타난다. 주로 여성에게서 발병하며, 통증과 함께 피로·수면장애·우울증 등을 동반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고통스럽지만, 발생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가 뒤늦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8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정천기<사진> 신경외과 교수팀은 섬유근육통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여성 섬유근육통 환자 19명의 뇌를 ‘확산 텐서 영상’으로 분석했다. 확산 텐서 영상이란 뇌에 존재하는 물 분자의 확산을 측정함으로써 뇌 구조물, 특히 백질을 시각화하는 영상 기법이다.
분석 결과, 섬유근육통 환자는 나이와 성별이 동일한 정상 대조군(21명)과 비교해 ‘백질’의 연결성이 감소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백질은 신경세포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신경 연결 통로로, 이번에 나타난 연결성 감소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인 뇌량(뇌들보)에서 발견됐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흥미로운 부분은 백질의 연결성 감소는 섬유근육통 환자의 통증과도 관련이 있었다. 섬유근육통 환자를 ‘통증 평가 척도’로 평가한 결과, 환자의 주관적 통증 정도와 백질의 연결성 감소 간 유의한 상관성이 확인됐다.
병원 측은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진단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선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지만, 기존 연구에서 설명하지 못했던 섬유근육통 환자의 구조적 이상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섬유근육통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천기 교수는 “섬유근육통의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중추신경계를 중심으로 한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섬유근육통 초기의 뇌 내 변화 양상을 제시함으로써 질환의 뇌 기전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류마티즘학 분야 최고 국제 권위지인 ‘Arthritis & Rheumatology’ 1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