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하락장 이후 주식시장에서 슈퍼개미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하락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 중소형주를 발굴하는 전문 개인 투자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아내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에 따라 슈퍼개미. 수백억원대의 투자자산을 굴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누구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최근 대한방직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며 지분율을 6.12%까지 확대했다. 그는 자수성가형 주식부자로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섬유공장 노동자, 신문팔이 등을 하며 주경야독으로 공부했다.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해 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하면서 증권가에 들어왔다. 현대투자연구소 대신증권 교보증권 등을 거쳐 전업투자자 생활을 시작했다.농부가 볍씨를 고르듯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투자 철학으로 수년을 내다보고 종목을 사들인다.
36세의 젊은 슈퍼개미인 정성훈 씨는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난 2012년 3월29일 로만손 지분을 8.57%(127만3312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그는 그해 6월 지분을 추가 매입해 10.69%(162만8671주)로 늘렸다고 다시 한번 공시했다. 당시 로만손 주가는 4000원선이었고 2년 반이 지난 현재는 1만9000원선으로 거의 5배 가까이 올랐다. 정 씨는 회사에 대해 하나에서 열까지 다 뜯어보고 잘라 본 뒤 최종 투자 결정을 한다. 즉 기업이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어야 한 다는 것. 대학 시절 ‘묻지마 투자’로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투자원칙이다.
‘1조 거부'인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자의 달인’이라고 불리운다. 한때 그의 재산은 1조6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이 회장은 한국 연극계의 전설인 고(故) 이해랑 씨의 아들이자 이방주 전 현대차 사장의 동생이다. 외환위기 때 헐값에 인수한 케이블TV회사를 이후 매각해 1조원을 거머쥔 뒤 국내외 각종 회사지분 투자와 빌딩 투자 등으로 투자왕국을 이룩한 거부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슈퍼개미들 외에도 1990년 이후 국내에는 3대 슈퍼개미가 있었다. ‘목포 세발낙지’라 불렸던 장기철씨와 ‘압구정미꾸라지’로 불리던 전 KR선물 윤강로 대표, '전주투신' 박기원씨다. 당시 슈퍼개미들이 사용하는 별명에 해산물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게 특징이었다.
이들보다 앞서 1980년대 국내 증권시장을 주름잡은 슈퍼개미로는 ‘광화문곰’으로 불렸던 고 고성일씨와 ‘백할머니’로 유명한 고 백희염씨를 꼽을 수 있다. 고성일씨는 염료사업으로 번 돈을 광화문과 남대문 시장, 강남 일대의 땅에 투자해 큰 재산을 모은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1980년대 증권주에 집중 투자했다가 남은 재산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백희염씨는 1960년대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대모로 불렸다. 또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대학원 시절 주식투자 스승이였다는 일화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백씨와 고씨는 각각 지난 1995년과 1997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