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당국 및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저축은행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올해 회계연도 1분기(7~9월) 86개 저축은행이 처음으로 190억원의 분기 흑자를 낸 것이 신호탄이다. 저축은행이 분기 흑자를 낸 것은 2009년 2분기(10~12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자산건전성 분류의 연체기준이 강화돼 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했음에도 흑자를 보인 것이라 더욱 의미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이것을 감안할 경우 사실상의 순익은 약 830억원 수준으로 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한 PF대출에 대한 손실예상 충당금 적립도 지난 9월 말 종료되면서 향후 PF대출로 인한 손실 요인이 사라져 경영정상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ㆍ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8월부터 완화하면서 금리 경쟁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뒤처졌지만, 부실 자산의 매각 회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조짐은 없지만 거래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푸른저축은행의 경우 일부 부실채권이 회수되면서 지난 6월 결산 기준 1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푸른저축은행 관계자는 “손실을 예상하고 연간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실제 예상보다 더 많이 회수돼 고액의 대손충당금 환입까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의 NPL(부실채권) 투자에 제동을 걸어 NPL이 줄어든 것도 여유자금이 늘어나게 된 계기다.
국내 저축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 21.4%에서 올 상반기 18.7%로 줄어들었다.
지난 2011년 2월 17일 7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서 시작됐던 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지 3년 만의 성과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무리하게 부동산 PF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들은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졌고 많은 예금자들을 울렸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구조조정 등으로 30개 저축은행이 퇴출당했으며 자산규모는 57.6%나 감소했다.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여ㆍ수신 모두 구조조정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 이하로 감소했다.
저축은행은 1972년 사금융 양성화 조치에 따라 서민ㆍ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금융회사로 출범했다. 출범 당시 350개에서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2010년 6월말 105개로 줄어들었고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고 올해 9월말 기준 86개사가 영업 중이다.
현재 총자산 1조원이 넘는 ‘1조 클럽’에 속해 있는 저축은행은 SBIㆍHKㆍ모아ㆍ한국투자ㆍ친애ㆍ동부ㆍ신안ㆍ하나저축은행 등 총 8곳이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으로 저축은행 점포 확대 규제 완화, 여신심사 역량 강화를 위한 신용평가시스템(CSS) 개선, 신용카드 판매 및 방카슈랑스 취급 등 저축은행 관계형 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당국은 저축은행의 경영정상화를 빠르게 마무리 짓고 저축은행을 서민금융 중심 기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건호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2011년 이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부실이 정리되고,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어든 게 분기 흑자로 돌아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축은행이 대표 서민금융회사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관계형 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