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용의자를 잔혹하게 고문한 것으로 드러난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 시설들도 처음에는 미국식 기준에 따라 심문하는 시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의 ‘고문 보고서’를 토대로 2001년 9·11테러 발생 직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CIA에 테러용의자 체포·투옥 권한을 주는 비밀 지시를 내렸을 때만 해도 CIA에서는 미국 법과 규정에 부합하는 감옥이 검토됐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CIA는 당시 테러 용의자에 대해서도 연방 교도소나 군(軍) 교도소와 같은 수준의 권리와 보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는 미국 내 교도소와 비슷한 환경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또한 심문에서도 강압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심문을 금지하는 미 육군 야전군 교본이 참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문은 물론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모멸적인 방법으로 수감자를 처우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CIA가 왜 ‘다른 접근법’을 탐색하기 시작했는지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CIA는 제임스 미첼, 브루스 제슨 등 2명의 심리학자에게 8100만 달러(약 880억원)에 심문 기법을 의뢰했고, 이들인 운영하는 회사가 구금·심문에관한 CIA의 접근법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2002년 2월 7일 “전쟁 관련 법은 알카에다 용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은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식을 CIA에 허용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그때까지만 해도 테러 용의자가 붙잡히지 않아 ‘탁상공론’으로 흐르다 2002년 3월 알카에다 조직원 아부 주바이다가 체포되면서 현실이 됐다. 주바이다는 2002년 8월 3주 동안 물고문인 ‘워터보딩’을 포함해 가장 가혹한 방식이 동원된 심문을 받았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협조적이었고, 미국에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에 대한 음모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부인했는데 CIA는 그가 실토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온갖 고문에도 그가 ‘미국에 대한 음모’와 관련해 아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그때야 CIA는 그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