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누구도 예상 못한 저력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12-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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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는 지난 11월 27일 개봉했다. 박스오피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석권하고 있었고, 배우 이정재의 신작 ‘빅매치’가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브래드 피트의 전쟁 블록버스터 ‘퓨리’와 제니퍼 로렌스의 ‘헝거게임: 모킹제이’ 등 대작들의 향연이었다. 그래서 백발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7일 만에 10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영화 사상 최단 기간 신기록을 수립했다. 역대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워낭소리’보다 빠른 관객 동원력으로 연일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30만 관객 돌파 후 상영관ㆍ배급사 수가 전폭 확대됐고, 진가를 드러냈다. 13일 토요일 하루 동안 24만명을 동원하며 17만명의 ‘인터스텔라’를 큰 폭으로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단번에 77만명으로 치솟았다.

흥행배우도, 한류스타도 없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힘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에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은 강한 극성 없이도 몰입을 더 한다. 조그만 강이 흐르는 강원도 횡성의 아담한 마을을 배경으로 89세 강계열 할머니, 98세 조병만 할아버지는 매일 신혼 같은 노부부다. 이들의 일상은 ‘소녀감성’ ‘로맨티스트’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그래서 노부부의 이별은 누구보다 가장 슬프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

76년의 순애보는 ‘가벼운 연애’로 물든 현시대의 경솔함을 꼬집는다. 노부부의 삶은 그 어떤 삶보다 잔잔하지만, 평생을 함께한 진정한 사랑은 기쁨과 슬픔을 극대화한다. 그 어떤 조건도, 목적도 없는 사랑이 얼마나 강한지 노부부의 삶을 통해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노부부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수함이 있다. 극장가 주요 관객층인 2030 세대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열광할 수 있는 이유다.

2014년 우리 영화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 영화에 열광했다. ‘비긴 어게인’은 340만명의 누적 관객 수로 역대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한공주’는 국내외 흥행에 성공하며 천우희라는 차세대 여배우의 탄생을 선언했다. 이들 영화들은 대형 배급사를 등에 업은 홍보 마케팅이 아닌 오롯이 관객의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지금 ‘인터스텔라’가 아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추천하고 있다. 짜인 신파가 아닌,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눈물을 자아낸다. 이처럼 76년 노부부의 순애보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압도하고 있는 이유는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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