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비선실세 문건 의혹’이 정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경제 활성화가 차질을 빚을 것을 크게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이투데이’와 만나 “박 대통령은 문건 논란으로 경제살리기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가 무산될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참모진도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무용지물”이라며 경제 활성화법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호소해왔다.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으로 추진해 온 공무원연금 개혁도 장기적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이견을 좁혀가는 사이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특히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의 자살이라는 뜻하지 않던 변수까지 만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국회 긴급현안질의 등을 통한 야당의 공세도 수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 활성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권에선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라도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오면 앞으로는 경제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연말 개각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적쇄신으로 국정을 다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연말 개각은 없다”던 청와대가 말을 뒤집는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데다 단순한 ‘국면 전환’ 카드로는 근본적인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이 특유의 ‘정면 돌파’를 선택할지도 관심사다.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을 수용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동시에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정책의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 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도를 넘어선 의혹 공세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일단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며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