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둔갑한 죽음…36년만에 드러난 軍의 조작과정

입력 2014-12-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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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군부대 내에서 선임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병사의 죽음이 동료 부대원들에 의해 가정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조작·은폐된 과정이 36년 뒤 법원 판결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고법 민사15부(김우진 부장판사)는 국가가 고모씨와 그의 옛 부대원 등 6명을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1억8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1978년 육군에서 복무하던 상병 A씨는 위병소 경계근무를 서던 중 하사였던 고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고씨가 쏜 총에 입술부위를 맞아 숨졌다.

사건 직후 부대관계자들은 긴밀히 움직였다.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A씨가 가정문제 등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부대원들은 현장보존 조치도 없이 A씨의 시신을 세면장에서 씻었고, 사건 다음날에야 의무대로 후송했다.

전투복 상의와 총기 등은 다른 사람의 것으로 교체됐다.

부대 지휘관과 부대원들도 헌병대 조사에서 'A씨가 자살했다'고 입을 맞췄다.

유족에게도 A씨가 가족 간의 갈등을 비관해 자살했다고 통보했다.

유족들은 사설 병원에서 검안할 수 있도록 시신을 인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부대는 이를 거부한 뒤 시신을 화장해버렸다.

사건은 그렇게 자살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A씨의 모친은 2006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의문사위는 2008년 A씨가 고씨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인정했다.

유족들은 부대에서 가정사 때문에 자살한 것처럼 사망 원인을 조작해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패소한 정부는 유족들에게 4억6천만원 가량을 배상금으로 지급했다.

정부는 A씨의 유족들에게 지급한 배상금을 돌려달라며 고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고씨는 30년 이상이 지난 뒤에도 A씨가 총으로 자신을 쏠 듯이 위협해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A씨를 쏜 것으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 이후 부대 내에서 조직적인 은폐·조작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국가가 유족들에게 지급했던 위자료 중 일부를 고씨 등 사건 조작에 가담했던 6명이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건의 조작·은폐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A씨의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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