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약처방도 소용없어…외환위기 빠지나

입력 2014-12-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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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대폭락·장중 달러당 80루블 돌파…오바마, 제재 추가 법안 서명 임박 등 푸틴 숨통 죄고 있어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꺼내 든 기준금리 인상 카드도 먹히지 않았다. 루블화 가치가 대폭락하면서 러시아 국가부도로 이어졌던 1998년 외환위기 악몽이 재현될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16일(현지시간) 달러당 루블화 환율이 장중 80달러 선을 돌파하며 80.10루블로 사상 최고치(루블화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유로당 루블화 환율도 장중 사상 처음으로 100루블을 돌파하며 100.74루블까지 찍었다.

이날 루블화 가치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장 초반에는 금리 인상 효과로 달러·루블 환율이 58.15루블까지 내려갔으나 다시 고삐를 잃은 듯 치솟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가 외환거래를 통제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날 루블화 가치 하락에 불을 지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전날에 이어 다시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경제장관은 회의를 마친 후 “정부가 외환시장을 규제해 주민이 달러로 환전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지만 외환거래를 통제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이 다소 진정되면서 달러·루블 환율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8시 현재 전일 대비 5.4% 오른 68루블에 거래됐다. 루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올 들어 52.8% 빠졌다.

러시아의 다른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모스크바증시 RTS지수는 장중 20% 가까이 폭락해 600선이 무너진 뒤 12.33% 내린 629.74로 마감했다. 러시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2%포인트 이상 오른 15.36%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주민이 루블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제품을 사고자 상점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고객들이 유로화와 달러화를 쌓아놓는 바람에 외화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숨통을 죄면서 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주 안에 의회가 통과시킨 ‘우크라이나 자유 지원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등 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가 추가 도발 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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