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쇼크…전자·자동차 수출, 정유산업 타격 우려

입력 2014-12-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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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디폴트 우려 한국경제 영향은…“수출 악영향 크지 않을 듯” 진단 속 새 복병 부상 가능성 경계

저유가로 러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6.5%포인트 인상했음에도 루블화 가치가 10% 넘게 급락세를 보여 금융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국내 증시는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세에 밀리며 상승폭은 제한되는 모습인데다 러시아 디폴트 우려가 신흥국으로 확산하고 있어 그 파급 효과에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16일 루블화 가치하락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방어하고자 정책금리를 10.5%에서 17%로, 6.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루블화는 크림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최근 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2012년 말 이후 무려 42.5%나 절하됐다. 또 루블화의 절하로 수입물가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러시아의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9.1% 상승했다.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 이후, 루블화가 일시적 반등 이후 다시 전일 대비 10% 넘게 급락세를 보이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의 효과가 제한적이며 통화절하가 심화할 경우 러시아는 자본통제 및 모라토리엄 선언 선택 등을 통해 금융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위기 가능성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연초 이후 잇따른 긴축조치와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 경제의 역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 중앙은행도 연평균 배럴당 60달러를 유지하면 러시아의 2015년 GDP가 지난해 대비 4.5%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10대 수출 대상국이지만 수출 비중이 높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상황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약하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러시아 경제가 많이 안 좋아진 상황이어서 직접 수출은 이미 꽤 줄어 있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은 국내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가운데 러시아발 시장 불안의 여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일정 부분 절상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며 “다만, 인도네시아와 터키 등이 불안해지면서 신흥국 금융위기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발 위기가 한국 기업의 경영 환경을 위협하는 새로운 복병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와 루블화 가치 폭락 등 금융 시장 불안으로 경제 위기 상황에 빠져들면서 그 여파가 한국 수출 기업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10위 수출 대상국이다. 올 1~10월 누적 수출액은 90억8000만 달러, 수입액이 134억3000만 달러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정보기술(IT) 제품, 가전 등이다.

산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경제 위기까지 겹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자 업계는 1998년 8월 러시아 외환위기에 따른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의 영향을 받아 3개월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러시아 수출이 70%가량 줄어든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무엇보다 러시아에서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TV를 기준으로 현재 삼성전자, LG전자의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수출 비중은 10% 안팎에 머물고 있어 이번 상황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러시아 시장 상황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11월간 러시아 판매량은 각각 16만4000대, 18만6000대로 작년보다 1.5%, 3.7% 감소했다.

특히 루블화 환율 하락은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 수출 수익성을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에서 소형차 쏠라리스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기아차도 이 공장에서 위탁생산을 통해 프라이드를 주력 차종으로 판매해왔다.

수입처 다변화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정유 업체들은 서방의 추가 경제 제재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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