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정관리중인 팬오션 인수전에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인수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팬오션 시장가격은 당초 6000~700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팬오션 매각 방식을 8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으로 결정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대한해운, 한국투자파트너스, 도이치은행 등은 일찌감치 본입찰을 포기했고 유력 후보로 언급됐던 KKR마저 막판에 빠졌다.
보통 인수후보자들이 입찰 참여를 비롯해 사소한 행보도 비밀 유지에 신경쓰는 것과 달리 하림그룹은 3시 엠바고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섰다. 그만큼 김 회장의 팬오션 인수 의지가 강력하다는 걸 보여준다.
하림의 이 같은 행보가 김 회장이 평소 강조한 도전과 개척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자수성가형 그룹 회장이다. 최근에는 기업가정신을 다시 일깨우는 차원에서 프랑스 퐁텐블로 오세나 경매소에서 나폴레옹의 2각 모자를 188만4000유로(한화 약 26억원)에 낙찰받아 주목을 받기도했다.
하지만 팬오션 인수와 관련해 김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이제 시작이다. 특히 자금조달 부분이다.
하림그룹은 NS홈쇼핑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로 보류된 상태다. 9월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778억원으로 이 가운데 당장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은 10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4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한 것도 걸림돌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075억원으로 9.08%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47억5400만원으로 적자전환한 것. 하림은 2분기 영업이익이 68억7000만원을 기록했으나 1분기 93억100만원 적자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실적이 부진했다. 올해 누적 순손실은 54억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적자로 전환했다.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하림그룹 관계자는 “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얘기는 와전됐고, 자금 확보에도 큰 문제가 없다”라며 “실사를 한 뒤 최종 입찰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매각 가격에 대해 섣부르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해운업 경험이 없는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통해 곡물산업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 정신으로 무장한 김 회장이 과연 팬오션 인수를 최종적으로 성공할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