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경기부양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성명을 통해 “통화정책의 정상화 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인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내용 대신 금리인상에 대해 인내심을 갖겠다는 표현으로 대체한 것이다.
연준은 기존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문구와 이날 성명이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명문은 이와 함께 고용시장의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노동자원의 비활용이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시장의 회복과 관련해 ‘점진적(gradually)’이라는 표현을 삭제해 상황이 더욱 나아졌음을 시사했다.
정책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 역시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점도표에서 오는 2015년 기준금리 전망은 1.125%로 제시됐다. 이는 기존의 1.375%에서 낮아진 것이다.
물가 압력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연준은 내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은 1.0~1.6%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1.6~1.9%에서 하락한 것이다. 근원 물가는 내년 1.5~1.8%를 나타내고, 2016년에는 1.7~2.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2.3~2.4%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9월의 2.0~2.2%에서 높아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2.6~3.0%로 유지했다.
이날 성명에는 최근 유가 급락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혼란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최근 러시아의 위기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가 급락과 관련 “위원회는 유가 하락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료 비용 감소로 소비자들은 감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결과적으로 가계 지출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유가 하락으로 정유업종이 자본지출을 축소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옐런 의장은 설명했다.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2000년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진행했던 금리인상 패턴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인상 속도는 데이터에 달렸다”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 2001년 9.11 사태로 경제가 악화하자 6.5%였던 금리를 1년여에 걸쳐 1.75%로 인하했다. 금리는 2003년 6월에는 1.00%까지 떨어졌다. 이후 경제 회복과 함께 FOMC 성명에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2004년 1월에는 이 같은 표현을 삭제하고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같은 해 5월 ‘인내심을 갖는다’는 내용이 사라진 후 다음 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FOMC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2006년 6월까지 금리를 5.25%로 끌어올렸다.
이날 연준이 FOMC 성명에 ‘금리인상에 인내심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을 넣자 시장에는 지난 2000년대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옐런 의장은 앞으로 2~3차례의 FOMC에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1월과 3월, 4월에 차기 FOMC가 열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소한 내년 1분기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FOMC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90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등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등했다.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 초반 “모든 회의마다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고 말하면서 지수 상승폭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 하반기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그 코테 보야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매우 보수적이었으며 금리인상에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금리인상 시기는 내년 7월 또는 4분기 이후가 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결국 긴축 행보에 들어설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후 5시 현재 전일 대비 8bp(1bp=0.01%P) 치솟은 2.14%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9% 오른 118.61엔에 거래되는 등 달러 가치는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