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천 경정이 박지만 회장 측에 전달했던 '정윤회, 박지만 미행' 문건에서 미행자로 지목됐던 인물은 자신이 왜 문건에 적혀 있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박지만 미행 인물로 지목됐던 경기도 남양주 소재 유명 카페 대표의 아들 A(49)씨는 전날 조사를 받으면서 "정윤회도 모르고 박관천도 모른다. 내 이름이 왜 문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경정에게 'A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고 알려줬다는 전직 경찰관 B씨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A씨가 젊었을 때 오토바이를 탔다고 하더라는 얘기만 박 경정에게 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정윤회, 박지만 등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고 B씨 역시 지방 경찰서에서 경감까지 근무하고 경찰 옷을 벗었던 터라 사실상 미행 문건의 나머지 부분은 박 경정의 '가필'이었던 셈이다.
박 경정이 가공한 이 미행 문건의 내용은 시사저널의 보도로 파문을 일으키면서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의 권력암투설을 촉발시켰다.
박 경정은 검찰에 체포된 뒤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과 다른 미행설 문건 내용의 대부분을 채워넣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만약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A씨의 통화 내역 등을 조회해 정씨나 주변 인물과 통화한 적이 있는지 추적했지만 통화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건 형식이 일반 공문서와 다르고 내용도 '정윤회 문건'보다 구체성이 확연히 떨어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청와대 내부 보고용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박 경정에게 작성 시기와 목적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박 경정이 정치적인 목적을 지니고 거짓 정보를 박 회장의 측근을 통해 박회장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집중 추궁하면서 문건 작성을 지시를 한 인물이 있는지도 캐고 있다.
한편 검찰은 18일 박 경정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문서 은닉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세계일보, 시사저널 등이 피고소인인 명예훼손 사건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