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쟁, 푸틴과 오바마의 외길 승부] 美 정유업계, 유가 급락에도 산유량 확대 이유 있다

입력 2014-12-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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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셰일유전에서 관계자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룸버그

미국 정유업계는 최근 유가 하락에도 오는 2015년 산유량을 42년 만에 최대치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업계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산은커녕 오히려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채굴 비용 감소에 힘입은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동결로 유가 하락을 용인하면서 미국 에너지업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알리 알나이미 석유부 장관은 이날 산유량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사우디 관영 S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기 위축, 공급 증가 등의 요인으로 원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면서도 “사우디나 OPEC의 점유율이 하락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추가적인 유가 하락에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코스그로브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업계에서 셰일유 생산에 사용하고 있는 수압 파쇄법(hydraulic fracturing)에 동원된 장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보다 생산을 늘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산유량이 줄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이미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sunk cost)에 연연하는 것보다, 자본을 추가로 유치해서 부채를 갚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도 산유량 확대의 배경이다.

세일유와 심해 원유 생산이 급증하고 있지만 에너지업계의 수익성은 유가 하락을 상쇄할 정도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톰 피트리 피트리파트너스 회장은 지난 15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유가가 최근 배럴당 55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정유업계의 영업비용은 25달러 미만으로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유가가 지난 6월 고점에 비해 50% 가까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유업계가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정유업체 엑손모빌의 마진은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개선됐다. 엑손모빌은 이에 힘입어 내년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2.8% 확대할 계획이다.

엑손모빌은 캐나다 서부와 호주의 인도양 인근의 거대 천연가스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제한되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연 자본지출이 370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1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평규 12.72달러의 비용을 지출했다. 셰일업계 대표기업인 콘티넨탈리소시즈가 오클라호마 남부 유전에서 채굴에 투입한 비용은 배럴당 99센트에 불과하다.

라레도페트롤리엄은 내년 자본지출을 50% 감축한다고 밝혔지만, 산유량은 오히려 1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에너지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5월 미국의 산유량이 하루 평균 942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1972년 11월 이후 최대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WTI는 4.2% 하락한 배럴당 54.1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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