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인들이 내년 경영환경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필사즉생(必死則生)'을 꼽았다. 내년 역시 경영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33.3%의 중소기업인들은 내년 경영환경을 전망하는 사자성어로 '필사즉생'을 선택했다. 내년 역시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거주양난(去住兩難)’, ‘속수무책(束手無策)’도 각각 27.4%, 13%로 나타났다. 내년 역시 또 위기가 찾아올 것임을 알고 있어도 해결 방법이 없는 안타까운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중소기업인들도 있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하겠다는 뜻의 ‘극세척도(克世拓道)’가 11.4%를,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펼친다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도 11%를 차지했다. 내년을 위기로 전망하면서도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재편 등을 통해 체질개선과 경쟁력 향상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중소기업인들이 이 같이 내년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이번 설문 응답자의 76.2%는 경제상황 악화 전망의 이유로 ‘내수경기 부진’을 수위로 꼽았다. 이어 ‘세계경제 회복불투명’과 ‘대기업의 실적악화 우려’도 각각 37%, 25.8%를 차지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중소기업들은 내년에 보다 허리띠를 졸라 맬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인 10명 중 8명은 내년도 경영전략으로 '경영내실화'를 꼽았다. 이어 ‘위기대응시스템 구축'(30.2%)과 ‘글로벌시장 진출확대'(28.8)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아남기 위해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거나, 수출전환을 통해 탈출구를 확보하려는 중소기업들의 몸부림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은 내년 정부에 희망하는 정책으로는 ‘규제완화’(45.6%)를 꼽았다. 또 ‘대기업의 국내투자 유도'(39%)와 ‘중소제조업 육성'(31.6%)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여전히 국내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들이 많은데다, 대기업 판로에 의지하는 중소 협력사들이 많아 대기업 국내 투자 유도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중기중앙회 김경만 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할 만큼 내년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러나 중소기업도 과거와 달리 위기대응시스템을 마련하고, 수출전환을 준비하는 등 대응전략이 다양해져 희망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중소기업인 42.2%가 ‘기진맥진(氣盡脈盡)’을 꼽아 세월호사고 여파로 인한 내수부진과 엔저 여파 등 경영악재를 헤쳐 온 중소기업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