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공공기관 정책…부채·방만경영 여전한데 인건비 더 올린다?

입력 2014-12-24 08:58 수정 2014-12-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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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을 2012년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3.8%로 정했다. 민간 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도해 내수를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경기부진에 임금을 올려줄 형편이 안 되는 기업이 늘고 있어 민간에까지 그 효과가 미칠 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내년 최근의 저금리 추세를 고려해 공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금 한도도 높여준다. 이 또한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를 위한 공기업 개혁 의지를 이어나가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는 23일 발표한 ‘2015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의 총 인건비 인상률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동일한 3.8%로 설정했다. 지난 2012년 이후 3년 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공공기관 임금 평균 상승률은 2010년 동결 이후 2011년 4.1%로 올랐다가 2012년 3.0%, 2013년 2.8%, 2014년 1.7%로 계속 낮아졌다.

정부가 공무원에 이어 공공기관 임금을 내년에 전격 인상하기로 한 배경에는 공공부문 임금 인상으로 민간에 임금 상승 분위기를 띄워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띄우겠다는 의지가 깔렸다. 하지만 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기엔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의 적극적인 임금 인상 의지와 달리 아직 민간기업들이 임금을 올릴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또 산업별 특성과 임금수준을 고려해 2.8~5.3%로 인상률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산업별 평균의 110% 이상, 공공기관 평균의 12% 이상의 임금을 받는 경우 평균보다 1.0%포인트 낮춘 2.8%의 임금인상률이 적용된다. 반면 임금이 산업별 평균의 90% 이하인 경우, 공공기간 평균보다 70% 이하면 임금인상률은 1.0%포인트 높은 4.8%가 되며, 60%이하는 1.5%포인트 높은 5.3%가 된다.

기재부는 또 방만경영을 바로 잡고자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등으로 폐지된 항목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거나 감액된 항목의 증액을 금지해 복리후생비를 1900억원 가량 줄이기로 했다. 부채 감축을 위해선 중장기재무관리 계획에 따라 내년도 부채비율이 210%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지난해 232%, 올해 220% 수준인 이 비율을 내년 210%, 2016년 200% 정도로 낮춰갈 계획이다.

다만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금 상한은 1인당 기금누적액 2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500만원 올려주기로 했다. 출연율 기준 구간도 3개에서 5개로 늘리기로 했다. 사복기금은 통상 운용수익으로 근로자 복지 및 지원사업 등에 쓰인다. 기재부는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운용수익이 급감한 만큼 기금 한도를 증액해 안정적인 복지사업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에 방만 경영과 부채 해소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내 복지 특혜를 늘려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기업 방만경영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배불리기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공공기관에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식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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