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강소라 “직장에서 여자로 산다는 건, 풀리지 않는 숙제” [인터뷰]

입력 2014-12-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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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소라.(사진=윌엔터테인먼트)

“제가 장그래였죠.”

tvN 드라마 ‘미생’이 자체최고시청률 8%를 기록하며 올 하반기 대표 흥행 드라마로 우뚝 섰다.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내 공감 폭을 넓힌 ‘미생’에서 배우 강소라(24)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장그래(임시완), 장백기(강하늘), 한석율(변요한) 등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 신입사원 동기 가운데 홍일점이자, 뛰어난 업무실력을 지닌 에이스로서 강소라가 연기한 안영이의 캐릭터는 분명했다. 이를 소화하며 꼭 걸맞은 매력과 역량을 입증한 배우 강소라다.

“안영이란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저만의 가상 일기를 써봤어요. 예를 들어, 몇 살 때 분식집에서 고백을 했다는 등 말이죠. 캐릭터에 푹 빠져 빠져나오기 어렵긴 하지만요.”

극중 유창한 러시아어 등 외국어 실력을 뽐내고 월등한 전문 지식을 갖춘 안영이였다. 이에 반해 업무 외의 것에 마음을 열지 않는 성격과 여자라는 이유로 멸시한 하대리, 마부장 등 상사와 갈등 탓에 회사 생활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사실 울컥하기보다 욱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참아내는 게 어렵더라고요. 극중 영이는 ‘이 또 한 지나가리라’ 라는 느낌으로 견딘 것 같아요. 무시당하는 건 아빠한테 당해 이미 익숙했지만, 마부장한테 당하는 건 처음이라 당황했어요. 그래도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더 무시받는 다고 생각해 담대하게 행동했죠. 아마 ‘일을 열심히 하면 인정해주시겠지’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여성 직장인으로서 안영이가 겪는 상사와 갈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등은 많은 시청자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배우로서 강소라 역시 이를 연기하며 깨달은 바가 생겼다.

“안정적일 거라 생각했던 직장인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치열하고, 이 안에서 움직이기보다 개개인이 감당하는 것도 많고요. 또, 개인적으로 저는 호불호의 의사표현을 하는 편인데, 직장인으로서는 조직생활에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게 쉽지 않고요.”

강소라는 비단 여성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아버지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왜 그렇게 수염 밀지 않은 얼굴을 집에 오면 들이미는지, 왜 하필 꼭 치킨을 사오시는지, 왜 술을 먹고 들어오시는지 말예요. 오차장님 장면이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여자로 산다는 건 역시 풀리지 않은 숙제인 것 같아요. 여성뿐 아니라 남성분들도 일하고 버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드니까요. 남자와 여자, 각자 얼마나 짐이 많나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짐이 지어지느냐가 다른 것 뿐이죠.”

강소라는 자신이 실제 직장에 들어간다면 장그래와 한석율 면모의 반반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예계를 통해 처음 사회를 경험했던 강소라에게 ‘미생’을 통한 직장생활의 간접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마치 직장에서 잘린 기분이 들더라고요. 매일 출퇴근하는 기분이었는데 말이죠. 촬영을 다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이미 사무실 책상 위 소품이 다 치워져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얼마나 속상한지요.”

‘미생’이 자신에게 남긴 의미를 전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 했던 강소라의 진심이 특별했다. 작품은 어떤 외부의 상이나 평가보다 시청자에게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청자의 호평을 이끈 ‘미생’에서 강소라는 안영이 캐릭터를 충분히 자신만의 매력으로 장악해 시청자의 뇌리에 깊이 새겼다. 완생으로 거듭날 강소라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안영이로 분한 배우 강소라.(사진=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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