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원’ 고수 “왕비 박신혜에 대한 감정, 사랑이었다” [스타인터뷰]

입력 2014-12-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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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가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장세영 기자 photothink@)

배우 고수는 지난해 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통해 연기 역량을 뽐냈다.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전도연이란 걸출한 여배우와 균형을 맞추며 애절함을 더했고, ‘황금의 제국’에서는 장태주 역으로 깊은 내면 연기를 성공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얻었다. 그래서 고수의 올해 첫 사극 영화 도전이 기대를 모은다.

고수는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상의원’(제작 영화사 비단길, 배급 쇼박스, 감독 이원석)에서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으로 분했다. 데뷔 후 첫 사극 연기라고 해도 위화감은 없다. 궁 안에서 신 나게 옷을 만드는 유쾌함과 왕비(박신혜)를 흠모하는 사내의 모습에서 데뷔 16년 차 내공이 빛을 발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고수는 첫 사극에 대한 부담감과 공진 역을 소화한 뿌듯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계속된 인터뷰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상의원’ 촬영이 즐거웠다는 방증이었다.

“공진이란 캐릭터의 폭이 연출 상황으로 인해 좁아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요한 선은 끝까지 잘 가져갔다. 공진은 천재라기보다 자유로운 사람이다. 어침장 조돌석(한석규), 왕(유연석), 왕비보다 신분, 권력, 욕망에 있어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런 특이한 사람들이 사회를 변화시켰다.”

▲'상의원' 스틸컷 이공진 역 배우 고수(쇼박스)

극 중 공진은 아낙네들의 옷을 만드는 데 보람을 느끼고, 궁에 들어와서도 법도와 규율에 따르기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 모든 것은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공진은 조선 최고의 디자이너였다.

“현대적 시각이 아닌 조선 시대 시각으로 보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일 것 같았다. 색감이나 질감에 있어 왕비와 아녀자가 입는 옷들의 차이가 눈에 보였다. 어느 순간 진지해지더라. 관객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공진은 궁에 들어온 외부인이었지만 왕비를 보고 한눈에 반해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왕비를 함부로 사랑할 수는 없었다. 고수는 “사랑이었나?”라는 질문에 “사랑이었다”고 답했다.

“아주 위험한 사랑이었다. 관객에게만 들킬 수 있는 사랑이었다. 왕비에 대한 공진의 마음을 아름다움에 동경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 남자로서 사모했다. 공진의 목표는 뚜렷했다. 외롭고 슬퍼하는 왕비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꿈이 있었다. 왕비와 천민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그 목표와 사랑이 더 깊은 감정을 낼 수 있었다.”

▲배우 고수가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세영 기자 photothink@)

고수는 인터뷰 중 공진에 대해 “사극을 처음 하는 저로서는 쉽지 않은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이원석 감독 특유의 개성 강한 연출은 어려움을 배가시켰다. ‘상의원’ 속 ‘달나라 토끼신’은 지금도 후기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사극과 판타지의 접목에 대해 고수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중간 중간 들어간 판타지는 좋았다. 이상적인 표현이었다. 개인적으로 용기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실험적인 연출은 그 자체로 좋다. 영화를 끝까지 봤을 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이원석 감독이 워낙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다. 동화, 동심을 소중하게 생각한다.(웃음)”

극 중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공진을 연기한 고수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실제로는 법을 잘 지킨다.(웃음) 하지만 일할 때는 자유로워지려고 하기 때문에 서로 상환된다. 공진을 연기하면서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그래서 편했다.”

▲배우 고수가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장세영 기자 photothink@)

‘상의원’에서 보여준 어침장 조돌석과 공진의 관계, 왕과 왕비의 관계는 열등감이란 단어로 귀결된다. 10년 넘게 연기자로 살아온 고수 역시 수많은 열등감 속에 스스로를 단련해야 했다.

“열등감을 느낀 순간은 솔직히 많다.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질투하고 자극을 받는다. ‘저 상황에 내가 있었다면’ ‘저게 내 것이라면’이란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전 그런 생각할 때가 지났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우연을 바랐던 적도 있다. 근데 아니다. 노력을 해서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감정을 다루는 일이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우연이 아니고 작업의 열매’라는 말이 있다. 남을 부러워하고 열등감을 느껴봤자 소용이 없다. 스스로 느끼고 변해가면 된다.”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 고수는 해보고 싶은 역할은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나쁜 놈’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것저것 시도해야 하는 시기다. 매번 변해야 한다. ‘초능력자’ ‘집으로 가는 길’ 등의 작품을 통해 캐릭터에 다가가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다. 지금은 ‘상의원’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지만 그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달라져 있는 제 모습을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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