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의 총 노조 수는 22곳으로 지난해 18곳에서 4곳이 늘어났다. 구조조정 태풍으로 인해 노사간 대립이 고조되며 ‘무노조 경영’의 상징이었던 대신증권을 필두로 LIG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이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해 단 한 건도 없었던 노조 설립이 올해 4건이나 있었던 것은 증권업 불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창립 53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된 전국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 지부는 업황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에 앞서 노조를 결성했다. 대신증권 노조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경영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측이 노조의 존재를 인정치 않고 있어 갈등과 마찰이 지속되기도 했다.
LIG투자증권은 지난 1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LIG투자증권지부 설립 총회를 열었다. KB금융지주로 매각을 앞둔 불안감이 노조 설립의 배경이었다. LIG투자증권 노조는 지점 폐쇄, 임금 삭감, 정규직의 계약직 전환 등 회사가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HMC투자증권도 4월 사측에서 지점통폐합을 비롯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노조를 세웠다. 노조측은 회사측이 지난 4개월간 직원들을 원거리 발령을 내는 등 불법적인 부서배치 전환을 감행한 것이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인사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400여명을 감원한 현대증권에서는 감원 대상 직원에게 사내 메일로 해고 통지를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별노조였던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증권과 합병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산별노조행을 택했다. 우리투자증권ㆍNH농협증권은 31일 NH투자증권으로 통합 출범한다. 노조는 통합 출범을 전후로 요구사항을 사측에 뚜렷하게 전달하기 위해 한동안 집회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리딩투자증권은 7월 매각 조건에 일부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안을 포함시킨 것을 발단으로 노조를 만들었다.
증권노조관계자들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에도 증권업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증권사들의 지점 통폐합 및 인력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 과정에서 노조가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