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50대 기업에 묻다] 기업 70% “올해도 어렵다”… 하지만 “투자는 늘린다”

입력 2014-12-31 11:10 수정 2015-01-0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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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 발굴 미래사업 기반 구축… 기업 90% “작년보다 투자 확대”

올해도 불황의 터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설문에 응한 국내 20대 그룹 50개 대기업의 대부분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점쳤다.

설문 대상 기업들은 이처럼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신규 투자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미래 세대를 준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위기 속 투자 확대로 ‘투자→내수활성화→실적증대→경기회복’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기업들 10곳 중 7곳 “올해도 어렵다” = 국내 기업들은 올해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설문 기업 가운데 47.9%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0~3.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내렸고, 한국은행 역시 기존 전망치(3.9%)의 하향 조정을 시사한 만큼 비슷한 수준의 예상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년 대비 경제성장 증가를 예측한 기업은 25.0%,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20.8%로, 기업 10곳 중 7곳은 올해 역시 한국 경제가 낮은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의 이유로는 내수 및 수출 부진을 꼽았다. 응답 기업 중 44.4%가 ‘내수 부진’을 국내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아울러 엔화 약세와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을 각각 29.6%, 25.9% 응답해 국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들의 이 같은 전망은 부진한 국내 경기지표에 기인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1일 내놓은 ‘통화정책방향’에서 “소비와 설비투자의 회복이 미흡하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여전히 부진했다”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유로지역 경기 부진 장기화, 일부 신흥국의 성장세 약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여전히 위험 요인”이라고 지난달보다 더 악화된 경기 전망을 내놨다.

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은 내수 회복세가 더 둔화됐다는 의미로, 기업들이 내수 부진을 경기 회복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지목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에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점이 국내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선진국처럼 한국 경제도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반으로 낮아졌고 국고채(3년) 수익률이 최근 2.07%(2014년 12월 1일 기준)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내수와 수출 여건이 좋지 않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한국 GDP의 54%(201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도 낮은 세계 경제성장에 따라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경기 회복세를 전망한 기업 중 48.3%는 수출을 견인차로 지목했다. 이어 재정확대와 규제개선(34.5%), 내수 회복(13.8%) 등이 뒤를 이었다.

◇“불황 속 투자 확대”… 신성장동력 발굴 박차 =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 대부분은 올해 투자 확대 기조를 지속할 계획이다. 투자를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미래 사업 기반을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응답 기업 중 90%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늘리겠다고 밝혔다. 상당수 기업이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답한 것.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이 62.2%로 가장 많았고 0~10% 증가가 15.6%, 20% 이상 늘리겠다는 기업도 6.7%나 됐다.

투자 확대의 이유로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66.7%로 가장 높았고 선행 투자 차원이 22.2%, 경기 회복에 대비한다는 답변은 11.1%로 집계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5년 산업 경기의 7대 특징과 산업 전망’에 따르면 건설·해운·기계산업은 회복 국면이 예상되는 반면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산업은 각각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 선호도 향상과 국내외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화학·조선업의 경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별 경기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업황 불황이 지속되는 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투자 확대 입장을 취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R&D)과 생산공정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필수”라며 “투자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로 시장을 선점해야만 시장 지배자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들의 투자 기조 유지는 필연적 선택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만 장기적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는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이는 소비와 기업 실적 증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내 경기 회복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창출되는 현금 흐름의 상당 부분을 설비투자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과거 우리나라의 주력 업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쟁이 심하고 성장성과 수익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에 대한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선별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질적 개선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경영성과와 경쟁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실적 부진으로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투자 활동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적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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