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김 팬택 인수전… M&A·독자생존 갈림길

입력 2014-12-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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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업체와 인수가 등 이견…분리매각ㆍ청산 가능성은 낮아

팬택의 생사를 좌우할 두 번째 매각 작업이 결국 올해를 넘기게 됐다.

31일 매각주관사 삼정회계법인 등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안에 마무리짓고자 했던 팬택 인수자 찾기 작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팬택 새주인 찾기 작업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당초 삼정회계법인은 늦어도 올해 안에는 인수 후보자를 확정하고, 내년 3월경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가 이달 5일 첫 관계인 집회에서 인수의향이 있는 업체와의 개별 접촉 및 신축적인 조건을 통해 팬택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매각 의지를 보이면서 팬택 매각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매각 방식 및 가격 등에서 인수 의향 업체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팬택 매각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표할 만한) 확정적인 인수 업체를 찾지 못했다”며 “내년에도 팬택 인수 업체를 찾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팬택 매각 작업이 늦어지면서 팬택 청산 시나리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특허와 국내 최초 벤처 신화라는 팬택이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를 고려할 때 청산보다는 회생 쪽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팬택의 인수 작업이 차질을 빚는 이유는 가격 조건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팬택 인수가격은 청산가치보다 높은 1500억원 이상이 점쳐진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고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 정도 투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은게 현실이다. 채권단 손실을 고려할 때 인수가격을 무한정 낮출 수도 없다.

이에 자금력을 갖춘 SK그룹의 팬택 인수 참여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자금력이 뒷받침된다는 이유도 작용했지만 SK텔레콤(통신)과 SK하이닉스(반도체) 등 SK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점이 SK그룹의 인수 참여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SK그룹이 팬택을 인수할 경우 ‘통신-부품-단말기’ 삼각편대를 이뤄 ICT(정보통신기술)와 전기전자 분야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SK그룹은 “검토한 바 없다”며 팬택 인수 참여설을 일축했다.

인수자 찾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팬택의 분리매각 안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팬택 생산기지인 김포공장과 공장 안의 유형자산은 휴대폰 제조업체에 매각하고 특허권과 브랜드 등은 또 다른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분리매각을 하면 인수업체들의 자금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매각작업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관계인 집회에서 “투자자가 없을 경우 김포공장 분리매각 등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며 지난달 1차 인수합병 실패 이후 “김포공장 분리매각은 전혀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에서 한 걸음 진전된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분리매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팬택 임직원들은 분리매각과 청산을 같은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며 “팬택이 특허기술 등만 따로 떼내어 매각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독자생존도 또 하나의 방안이다. 팬택은 지난 8월 19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정관리 후 일주일 만에 비용절감을 위한 순환 유급휴직을 시행했고 9월과 10월에는 각각 스마트폰 ‘베가넘버6’와 ‘베가R3’ 킷캣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며 자사 스마트폰 사용자들에 대한 사후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기존 스마트폰 대비 가격을 절반 이상 낮춘 35만20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SK텔레콤 전용 ‘베가팝업노트’를 출시하며 영업활동을 재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독자생존의 경우 채권단에서 출자전환 및 부채탕감과 같은 부채처리 방안이 추가로 논의돼야 한다”며 “독자생존이든 인수합병이든 내년 1월 안에는 팬택 회생 방식이 구체화돼야 긍정적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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