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CT·게임 분야 스타트업의 해외자본 잠식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일 벤처·벤처캐피털 업계,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ICT와 게임 스타트업에 들어간 신규 투자금 9000여억원 가운데 6000억원이 외국인 자본으로 나타났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벤처캐피털은 781개사에 모두 1조3953억원을 신규 투자했다. 이 가운데 ICT서비스 업체와 게임 업체에 투자한 금액은 3156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ICT와 게임 업체들이 투자유치를 공개한 외국인 자본은 6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11월은 총 2663억원의 투자금 가운데 95%인 2539억원이 외국인 자본이었고, 12월 역시 3623억원 중 93%인 3376억원이 해외자금으로 나타났다.
국내 벤처 투자에 참여하는 국가도 중국 위주에서 일본, 미국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Rakuten)은 올해 1000억원 펀드를 조성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조성된 펀드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등 굴지의 글로벌 투자사까지 합세해 한 번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벤처캐피털을 통해 공동 투자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ICT벤처에 해외자금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내 벤처가 높은 가능성을 보인다는 의미다. 반대로 실컷 키워 놓은 성장의 과실이 해외로 흘러 들어간다는 의미이자, 차후 국내 벤처들이 외국 핫머니에 휘둘리는 상황까지 올 수 있음을 뜻한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KAIST 교수)은 “벤처에 대한 해외투자는 양날의 검”이라며 “국내 벤처캐피털이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금 회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무엇보다 대기업과 금융권도 벤처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도록 법적, 문화적으로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