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종로3가에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홀몸’이라는 말이 목에 걸린 가시마냥 내내 불편하다. 남편이 있는 여자가 아닌가. 홀몸은 배우자나 부모 형제가 없는 ‘혼자의 몸’, 즉 독신이나 척신(隻身)을 뜻하기 때문이다. 홀몸의 ‘홀’은 ‘짝이 없이 혼자뿐’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홀아비/홀어미, 홀시아버지/홀시어머니 등이 대표적 용례다.
반면 ‘아이를 가졌다’란 의미는 ‘홑몸이 아니다’라고 표현해야 올바르다. 홑몸 역시 접두사 홑에 명사 몸이 더해진 합성어다. ‘홑’은 명사 앞에 붙어 ‘한 겹’ ‘하나’ ‘혼자’ 등 한자 단(單)의 의미로 쓰인다. 홑열매, 홑바지/홑치마, 홑이불, 홑홀소리(단모음) 등이 홑이 명사에 붙어 이룬 파생어다. 따라서 아내나 남편, 부모, 형제가 없는 독신에게는 홀몸, 홑몸 모두 쓸 수 있지만 임신부에게는 반드시 ‘홑몸이 아니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그렇다면 임산부와 임신부는 어떻게 다를까. 일상생활에서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 중 하나다. 임신부는 홑몸이 아닌 여자, 즉 아이를 밴 여자를 의미한다. 임산부는 아이를 밴 여자(임부)와 아이를 갓 낳은 여자(산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아이를 밴 상태의 여자는 임신부와 임산부 모두 해당되지만 아이를 출산한 여자는 임산부다. 그렇다면 지하철 임산부 좌석의 안내그림은 수정돼야 한다. 현재 부착된 그림에는 임신한 여자만 등장해 마치 산부는 앉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홑몸이 아닌 여자만을 위하는 자리라면 ‘임신부석’이라고 용어를 바꿔야 할 것이다.
아이들 덕에 18세기 첨단 유행의 도시 파리, 그것도 귀족의 저택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침대, 테이블, 유리잔, 칫솔 등 소소한 것들이 삶을 이야기해 주는 열쇠가 되며 그 속에 문명의 변천사가 녹아 있음을 깨달았다. 생활사의 묘미란 이런 것이리라. 새해 새 달력에 이날의 느낌과 더불어 작은 것의 소중함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 한해 부디 좋은 일만 많았으면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