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연 키워드는 ‘한국 사회’… 삼성 사장단의 눈, 해외에서 우리 사회로

입력 2015-01-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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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에 고급 승용차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중년의 남성들은 하나같이 한 손에 낡은 서류가방을 든 채 39층으로 향했다. 7일 을미년(乙未年) 새해 첫 수요 사장단 회의에 앞선 서초사옥 로비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삼성 사장단은 매주 경영 현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40분 가량의 강연을 듣는다. 사장단 회의는 고(故)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있었지만 2000년부터 현재의 방식으로 정례화됐다.

이날 새해 덕담을 서로 주고받은 30여명의 사장단은 첫 강연으로 서울대 송호근 교수와 ‘2015년 한국사회 키워드’를 공유했다. 송 교수는 2010년 1월에도 ‘사회적 화두’를 주제로 수요 삼성 사장단에 강연한 바 있다.

송 교수는 이날 올해 우리 사회의 3대 메가트렌드로 '타성', '저성장', '한계비용 제로(0)화'를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을 고취하고, 구조적 저성장 시대를 뛰어넘는 기업의 전략 수립, 블루오션 개척을 통한 이익 창출 노력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저성정 시대엔 기업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요구가 증가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제약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뛰어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사장단은 매년 첫 강연에서 외부 전문가의 눈을 빌려 대내외 정치·사회·경제 상황을 예측하고, 거시적인 경영전략을 다시 한 번 점검한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는 첫 강연으로 ‘대한민국 아젠다’(강원택 서울대 교수)를 배웠고, 한국·북한·중국·일본 등의 관계가 요동친 2014년엔 ‘동북아 정세와 우리의 대응’(전재성 서울대 교수)에 대해 고민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삼성이 올해 첫 강연 주제로 한국 사회를 선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가 경제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도 역부족이다. 수출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냈지만 내수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식 저성장 시대 본격화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또한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정서도 문제다. 지난 한 해를 관통한 ‘갑(甲)의 횡포’ 논란은 올해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며 반 기업 정서가 팽배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핵심인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국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내수가 경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삼성은 지난해 그룹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작년 12월 29일 미래전략실 및 핵심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극복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 사장단이 새해 우리 사회를 가장 먼저 들여다 본 것은 해외보다 국내에서의 경영 불확실성이 더 크게 느껴진 게 아니겠느냐”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국내 투자를 본격화하는 원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의 정서를 미리 파악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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