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2015 을미년, 우리의 희망 노래는?

입력 2015-01-08 11:06 수정 2015-01-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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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또다시 영혼 없는 구호들만 난무한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허언(虛言)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람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극악의 언사들이 행해진다. 청와대에서부터 정치권, 기업에 이르기까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언어들도 횡행한다.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과 절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이제 세월호를 이야기하면 경기침체와 사회발전의 걸림돌이라는 극언이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돈이 아닌 사람이 우선”이라는 외침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또다시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정상인 듯 되돌아오고 있다. 더 많은 수입을 위해 평형수를 버리고 화물을 더 실어 수많은 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세월호의 탐욕 작태가 다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별세한 독일의 세계적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는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현대인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가공스러운 위험사회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벡 교수는 성찰과 반성 없는 근대화는 위험사회를 확대 재생산하고 성찰을 전제로 한 국가정책의 초점이 안전에 맞춰져야 가공스러운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맞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대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대한민국은 분명 ‘위험사회’ 아니 ‘고위험사회’다. 그런데 더 위험한 것은 철저한 성찰과 통렬한 반성이 전혀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탐욕의 기업, 무능한 정부, 비리로 얼룩진 정치권, 성찰 없는 산업화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고위험사회일지라도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삶은 지속해야 하므로. 고단한 오늘의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어야 하므로. 그리고 아무리 먹구름이 해를 가려도 실버라이닝(은빛 가장자리)이 언젠가 해가 다시 밝은 빛을 비출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하듯 절망의 현실이 우리를 뒤덮고 있다 할지라도 희망의 빛이 우리를 다시 비춘다는 것을 알기에.

희망은 탐욕으로 인한 죽음의 사회에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생명의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의 대전환의 준거다. 국경 없는 의사회 위그 로베르 긴급구호 프로그램 팀장은 에볼라가 창궐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서아프리카에 왜 가느냐는 질문에 “큰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내겐 엄청난 보상”이라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체제야말로 사회 병폐의 뿌리이고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야말로 새로운 독재”라며 사람 안에 숨겨진 존귀함과 아름다움을 보고 늘 약자와 소수자, 가난한 자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희망은 이런 것이다. 무고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온갖 차별과 갑질이 난무하는 오늘의 절망을 걷어내 사람을 살리고 빈부와 지위에 상관없이 사람을 존귀하게 여길 것을 희망한다. 가난하고 못 배웠다는 사실만으로 차별받지 않기를 희망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 병들고 늙었다고, 그리고 장애를 가졌다고 무관심 속에 버려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일부의 잘못된 탐욕과 부패, 무능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당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회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희망한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통렬한 성찰로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적 죽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위험 없는 사회를 만들어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새해가 밝았다. 있는 자와 없는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기업가와 노동자, 갑과 을 상관없이 우리 모두 거짓 없는 진언(眞言)으로 희망의 노래를 불렀으면 한다. 그런 2015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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