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법원장의 삼단논법

입력 2015-01-09 11:0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좌영길 사회팀 기자

▲[]
a. 법원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b. 이 공격은 부당한 공격이다.

그러므로 c._______________

c에 들어갈 적절한 문장은 뭘까. 아마 대부분의 법관은 ‘흔들리지 말고 소신껏 재판하라’라는 답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특히 법관 임용식 때마다 ‘사법부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수년째 언급하고 있는 양 대법원장은 ‘소신껏 판결하라’보다는 ‘개인적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2011년 1월)’고 지적하곤 했다. 때에 따라서는 ‘부당한 공격의 대상이 될 요인을 만들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해야 할 것(2014년 12월)’이라고까지 말했다.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양심과 혼동하다가는 오히려 재판의 독립이 저해될 뿐(2012년 12월)”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발언 내용만 놓고 보면 원론적인 내용을 반복한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독특한 가치관’이나 ‘고집스럽고 편향된 시각’을 언급하며 이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것은 듣기에 따라서는 소위 ‘튀는 판결’을 하지 말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양 대법원장의 이런 발언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결론을 내린 재판부를 비판하는 소재로 활용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사법부로 넘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일선 재판부에서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법관이 비난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대법원장의 발언이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면, 일선 판사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사법부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공격은 부당한 공격이다. 그러므로 일선 법관들은 흔들림 없이 소신껏 판결해라.’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나야, 모기” 짧은 가을 점령…곧바로 극한 한파 온다 [해시태그]
  • "우승자 스포일러 사실일까?"…'흑백요리사', 흥미진진 뒷이야기 [이슈크래커]
  • "요즘 골프 안 쳐요"...직장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운동은? [데이터클립]
  • 10월 1일 임시공휴일…어린이집·병원·은행·택배·증시도 쉬나요?
  • 일본기상청의 제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중국 쪽으로 꺾였다?
  • 올해 딥페이크 피해 학생 총 799명·교원 31명
  • 단독 6개월 새 불어난 부실채권만 16.4조…'제2 뱅크런' 올 수도[새마을금고, 더 나빠졌다上]
  • 검찰, ‘음주 뺑소니’ 김호중에 징역 3년 6개월 구형…“국민적 공분 일으켜”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4,033,000
    • -2.76%
    • 이더리움
    • 3,434,000
    • -1.49%
    • 비트코인 캐시
    • 451,600
    • -1.61%
    • 리플
    • 821
    • -1.91%
    • 솔라나
    • 206,000
    • -0.34%
    • 에이다
    • 506
    • -3.25%
    • 이오스
    • 703
    • -0.14%
    • 트론
    • 205
    • -0.49%
    • 스텔라루멘
    • 134
    • +1.52%
    • 비트코인에스브이
    • 65,850
    • -2.73%
    • 체인링크
    • 15,900
    • -3.52%
    • 샌드박스
    • 368
    • -3.4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