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하나금융의 원뱅크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반 년간 이어지고 있는 노사간의 소모적인 논쟁에 따른 피로감에 개입 아닌 개입을 선언했다. 무엇보다 외환은행 노조의 발목잡기에 사측인 하나금융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이 주장하는 대로 정규직 전환 이슈는 임금단체협상 사안이지 통합 이슈가 아니라는 논리에 수긍하는 태도다. 결국 조기통합의 산파 역할을 해야 할 금융당국이 노사간의 진통이 길어지자 유도분만제를 투여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여론과 금융당국이 표면적으로 노조보다는 사측을 지지함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업무 보고하는 오는 12일을 전후해 외환은행 노사의 극적 타결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은행이 처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한다면 명분 없는 싸움은 결국 자멸의 길일 뿐이라는 의미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도 하나금융은 일단 기존 방침대로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차선책으로 노조와 합의 없이 신청서를 제출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이미 ‘선(先)통합 후(後)합의’란 카드에 마음이 기울어지는 듯하다. 금융당국에서 공식적인 사인만 보낸다면 언제든지 통합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병 결의를 위한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이를 결의하기 위한 이사회는 앞서 14일 열린다. 이미 내부적으로 통합신청을 위한 형식적인 모든 절차는 마무리됐다는 얘기다. 결국 14일이 금융당국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한 모든 요식적인 행위가 완료되는 날이다.
무엇보다 김정태 회장의 연임이란 이슈와 맞물린 노조 협상 테이블은 여러모로 사측에 이득이 될 것이 없다. 오는 3월까지 임기인 김 회장 입장에선 조기통합 성공으로 연임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쌓고자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유도분만제 투여가 갖가지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당장 노조의 반발이다. 금융산업노조는 “금융당국이 노조와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던 통합 신청 원칙을 뒤엎으려 한다”며 “노사 합의 없는 통합 승인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연말 외환은행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1%의 찬성표를 얻었다. 자칫 하나금융이 통합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쟁의행위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의 원뱅크 체제는 은행업 생존 차원에서 판단해야 될 사안임을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상처뿐인 영광은 사측과 노조에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금융당국의 개입 아닌 개입으로 긴장감이 고조돼 또 다시 해석될 사안이 아니다. 다만 지지부진했던 노사합의가 진전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