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입력 2015-01-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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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한국 프로스포츠의 태동을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그동안 스포츠는 소위 ‘국민통합’을 위한 매우 효과적인 매개체로 인식되고 사용돼 왔다. 이와 같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프로스포츠의 출신성분은 3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스포츠로 인해 우리 사회가 많은 힘과 위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즉, 스포츠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로 편입되어 그동안 우리에게 많은 기쁨과 눈물을 선사하며 문화로서 그 영향력과 정체성을 스스로 입증해 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여객선 침몰이라는 믿을 수 없는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비단 세월호뿐만 아니라 1990년 세모 유람선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2009년 용산 사고, 2010년 천안함 침몰 등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4~5년을 주기로 이와 같은 참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와 같은 압도적 슬픔과 직면했을 때, 우리는 항상 스포츠를 통해 위로받아 왔고 우리 사회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모멘텀들을 발견하곤 했다.

예를 들면, 참사 이후인 1991년에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관련 소비가 크게 늘었고, 1996년에는 프로야구 관중 수가, 2011년에는 다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 대한 소비가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참사 이후의 스포츠에 대한 소비를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반영하는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1990년대에는 프로스포츠의 소비 변화와 경제성장률 변화가 유사한 패턴으로 동반 상승하였지만, 시간이 지나 사건사고가 빈번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둘의 추이는 전혀 관련 없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즉, 경제 침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과는 다르게, 스포츠에 대한 소비는 그럼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참여 스포츠의 증가 역시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이 같은 스포츠 소비의 변화는 비단 사회적 사건사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외생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일반화에 대한 제한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全) 국가적 슬픔 후에 우리 국민들의 스포츠 소비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어 왔다면, 혹시 스포츠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위로의 기제 역할을 해 온 것이 아닌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스포츠의 문화화는 사회현상학적 관점에서 ‘우리 삶의 일부화’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문화가 된다는 것은 함께 울고 함께 웃는,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보편 타당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스포츠의 사회문화적 메커니즘이 강조될수록, 스포츠의 필연적이고 본연적인 정체성은 ‘위로’와 ‘기쁨’을 모두 포함한 ‘함께’로 수렴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뒤로하고 새롭게 맞은 2015년에도 스포츠는 계속된다. KT의 가세로 프로야구는 더욱 뜨거워지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와 프레지던트컵 골프대회 및 세계군인체육대회가 국내에서 개최된다. 여자축구대표팀의 12년 만의 월드컵 도전도 기대되며, 지난 9일 개막된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아시안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경기나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그들의 플레이가 우리를 울고 웃게 하는, 단순한 몸짓 이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을 통해 사회를 보듬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그들의 최선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 및 지속적 관심을 보내야 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엄격한 룰이 있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 고귀한 과정이 존재하며, 그러기에 승자와 패자 모두 상승(相勝)하는 스포츠. 우리 사회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포츠에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본다.

2015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계속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우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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