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 “일이든 인간관계든 적극적으로 도전하라”

입력 2015-01-14 10:43 수정 2015-06-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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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우리은행 중국법인 부법인장

이달 초 이남희 우리은행 중국법인 부법인장은 이국땅에서의 새 출발을 기대하며 베이징으로 떠났다. 이 부법인장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모르는 부분도 많을 것”이라며 “하나하나 배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간을 쪼개 무언가 배우고 공부하며 살아 왔다면서 배움이 인생의 즐거움의 큰 축이라고 했다. 그가 중국법인 부법인장으로 발탁된 것도 배움을 취미로 지식에 투자한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

▲6일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우리은행 이남희 중국법인 부법인장 이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끝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 = 중국과의 인연은 2002년 지점장 시절 은행 내 소양교육 때 중국어를 배우면서부터다. 당시 배운 것은 성조(중국어 억양)와 기초 수준의 단어로 이루어진 초급 중국어가 전부였다. 이후 하루에 10~20분씩 투자해 지금은 한어수평고시(HSK) 5급 수준(6급이 최고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 부법인장은 “짬을 내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중 어학 공부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는 불어, 행원 시절에는 수출입, 무역금융, 국제부 업무를 하면서 실무영어를 자연스레 공부하게 됐다. 또 외국계은행 담당 RM(릴레이션쉽 매니저)으로서 상대은행에서 방문한 RM과 임원진에게 은행의 재무상황, 영업현황 등을 설명하며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능력을 키웠다. 이남희 부법인장은 “책과 테이프, 사이버 어학연수 등으로 도움을 받고 독학으로 지금 정도의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중국에 오기 전부터 중국 금융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중국 핀테크 금융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었다”며 “MBA와 석사학위 취득 등 은행 업무와 관련된 공부도 더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부법인장이 배움에 열성적인 데는 그의 성격이 한몫한다. 임원에 오른 지금까지도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그런 부분을 채우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초의 딜링룸 여성 = 외국계 은행 담당(RM) 시절 이남희 부법인장은 “딜링룸(외환상품 및 파생상품 거래부서)에서 일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어 보이더라”며 “근무해 보고 싶다고 했더니, 상사가 기회를 줬다”고 딜링룸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요즘에야 흔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여성들이 딜링룸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부법인장은 “살 수 있는 권리와 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옵션의 세계도 신천지였다”고 설명했다. 돈에 타임밸류(시간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 부법인장은 딜링룸에서 근무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짜릿한 성취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부법인장은 아침 일찍 출근해 간밤에 뉴욕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분석하고 한미방위분담금 송금시기, 한전, 포스코 등 외화채권 발행, 삼성전자 수출물량 추이 등 거액의 동향을 파악해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며 금융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딜링룸은 프런트(거래)·미들(평가 및 한도 관리)·백(실제 거래 이행) 등의 구분이 명확하지만 이 부법인장이 일할 때만 해도 경계가 모호해 거래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눈이 필요했다. 그는 외화 단기자금 거래를 수행하는 머니마켓딜러(Money Market Dealer)와 기업의 외환, 파생상품 거래 등 거액의 직거래 수요를 커버하는 코퍼레이트 딜러(Corporate Dealer)를 맡았다. 그때 은행의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배웠다.

◇ 힘든 일을 선택해라 = 이남희 부법인장은 “초급 행원 시절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가급적 혼자 해결하려 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약한 모습도 보이고 도움도 요청할 걸 내가 너무 융통성이 없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영업을 하려니 고객을 잘 대하고 직원들과 소통하며 합심하지 않고는 성과를 낼 수 없어 성격도 많이 고쳤다. 지금은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적극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부법인장은 이런 경험을 통해 후배들에게도 좀더 적극적으로 힘든 일을 자진해서 하는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또 경력관리도 다양하게 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가고 싶은 자리가 있다면 과감하게 손을 들고 해 보겠다고 지원하라”며 “요즘은 우수하고 똑똑한 인재들이 많다.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상사를 잘 모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남자들이 뛰어난 점이 이 부분”이라며 “말하자면 상사가 어떤 부분을 고민하는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법인장은 “직급이 올라가면서 점차 책임이 쌓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좀 힘들어도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상사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희 부법인장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것은 ‘야망’이었다. 그는 “모자랄 것 없는 후배들이 좀 더 큰 야망만 가진다면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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