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고령을 이유로 공식 사임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오는 2020년까지가 임기인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지난달 고령인데다가 건강이 안 좋아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조기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의 나이는 89세다.
그는 지난 2012년 총선 결과 절대다수당이 없는 상황이 펼쳐지자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임기를 맡게 됐다.
그의 사임에 따라 이탈리아 의회와 각 지역 대표들이 새로운 대통령 후보자를 골라 15일 안에 대통령 선출 투표일을 공고해야 한다.
대통령에 선출되려면 상원에서 처음 세 차례 투표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네 번째 투표에서는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대통령에 뽑힌다.
이탈리아에서 대통령은 대부분 의전적인 업무를 담당하지만 총리를 고르거나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재정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부패의 온상으로 꼽혔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총리를 해임해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그는 의회가 분열된 상황에서도 마테오 렌치 총리의 개혁정책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렌치 총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줄리아노 아마토 전 총리와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 등이 새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프로디 전 총리는 이미 2013년 대선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 후보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터 벨트로니 전 로마시장과 안나 피노치아로 민주당 상원대표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후보자 물망에 오른 것이 영광이기는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하는 일이며 나는 이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라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