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선 무조건 우겨라"…'고객님'들의 갑질 백태

입력 2015-01-1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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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손님의 지나친 횡포, 이른바 '갑질' 사건의 배경은 주로 백화점이지만, 또 다른 대표 서비스업인 호텔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호텔의 경우 백화점보다 고객의 만족과 그에 따른 대외 평판이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종사자들이 눈물과 함께 억울함을 삼키고 고객의 무리한 요구까지 모두 받아주는 경우가 더 많다.

15일 서울시내 특급호텔 소속 호텔리어들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실제로 겪은 '황당한 경험'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A호텔의 경우 한 여성 고객의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 때문에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 전체가 말 그대로 '뒤집힌' 적이 있었다.

고가의 피트니스 센터 회원으로, 자주 호텔을 찾은 이 여성은 어느 날 운동을 마친 뒤 자신의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없어졌다며 호텔측에 도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트레드밀과 수영 등 운동 내내 뺀 적도 없는 반지가 사라졌다는 것이 이 여성의 주장이었다.

호텔측은 혹시나 운동 중 반지가 빠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피트니스 센터가 쉬는 주말마다 모든 운동기구를 들어내고, 실내 트랙의 인조 잔디까지 걷어내며 3주에 걸쳐 샅샅이 뒤졌다. 심지어 수영장 물까지 모두 빼 바닥도 살폈지만, 결국 반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포기한 호텔이 배상 건을 논의하러 해당 고객에게 전화하자, 허탈하게도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 반지가 우리 딸 집에 있었네요."

B호텔 직원들은 정전 사고를 낸 고객으로부터 오히려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했다.

정전 신고를 받고 한 객실로 뛰어가보니, 콘센트 합선 사실이 확인됐다. 호텔 벽에는 대부분 해외 전자기기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세 개 구멍이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멀티콘센트가 쓰이는데, 술취한 고객이 억지로 대각선에 위치한 두 구멍으로 플러그를 끼운 것이다.

호텔 직원이 이 같은 원인과 상황을 설명하자, 남성 고객은 다짜고짜 그런 일이 없다며 "나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냐. 왜 기분 나쁘게 생글생글 웃고 비웃느냐"며 한동안 '난동'을 부렸다.

C호텔에서도 이와 똑같은 '대각선 콘센트 합선' 사건이 있었다. 이 고객은 여성이었는데, 본인이 힘을 줘 억지로 잘못된 구멍에 플러그를 꽂다가 합선과 함께 불꽃이 튀었음에도, 머리카락이 탔다며 호텔측에 배상을 요구했다. 어쩔 수없이 호텔은 이 요구를 들어줬다.

D호텔은 객실 테이블 위에 기본으로 배치된 커피잔을 '흉기'로 인정하고 고객에게 돈을 물어줘야했다. 객실에 투숙한 아이가 커피잔을 갖고 놀다 떨어뜨려 깨지는 바람에 아이 손이 살짝 베었는데, 부모들은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객실에 두고 경고도 없었다"며 치료비뿐 아니라 보상을 요구했다.

호텔측은 처음엔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결국 고객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아울러 호텔들은 고객이 호텔 주차장 CCTV 사각지대에 차를 뒀다가 "없던 흠집이 생겼다"고 우기면, 밖에서 생긴 상처일 가능성이 크더라도 고객과 법적 분쟁까지 가지 않고 대부분 보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체크인(입실)과 체크아웃(퇴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례는 너무 흔해서 호텔리어들에겐 '일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규정상 호텔 체크인은 오후 3시 이후, 체크아웃은 낮 12시 이전에 아무 때나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국내 고객들의 경우 결코 오후 3시 이후 여유롭게 입실하지 않고 오후 3시 이전부터 프런트에 와서 체크인을 요구한다.

더구나 인기있는 패키지 상품 프로모션 기간에 고객이 몰릴 때면, 상당수 고객들이 3시 이전에 와서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린다.

"줄 서는데 20분 걸렸는데 이 시간 보상할거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퇴실을 앞두고는 1~2시간 연장을 조르는 고객들이 많아 체크인과 체크아웃 사이 방 청소와 정리를 맡은 직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일부 고객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사실 호텔로서는 인터넷이나 SNS 등의 소문과 평판을 고려해 웬만하면 양보하고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고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호텔 서비스를 즐기며 쉬시는데, 소수이긴 하지만 입실에서 퇴실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모든 것을 누리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요구하는 고객들은 그 어떤 서비스에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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