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은 대세다. 2000년 이후에도 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투명성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경제학 원론을 두고 ‘맨큐’와 ‘피케티’의 논쟁이 있을지언정 미시의 세계에서 투명성을 부정하는 것은 상식 이하란 얘기다.
투명경영의 첫 번째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누구에 의해서 어떤 절차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주주가 알아야 할 사안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막후 논란이나 주사위 경영이란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은 의사결정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 ‘미래를 종 잡을 수 없는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 곳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투명경영의 두 번째는 소통이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시장조사는 했는지, 이사회와 논의는 거쳤는지, 파급은 고려했는지. 이러한 과정 없이 진흙땅에 솟대 세우는 듯한 행보가 이어진다면 그 진위는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투명경영이 더욱 중시되는 것은 기업의 지배구조 재편이 발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도 연관이 있다. 삼성과 SK그룹 등도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명경영을 담보하지 못하면 대기업 계열 회사의 주가가 지배구조 문제로 급전 직하하는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날 수 있다. 그 피해는 주주와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 강물이 범람할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물가의 소채라는 것을, 기업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