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4%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4%에서 1.9%로 낮췄다. 그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연 2.0%인 기준금리가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는 데 충분하다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소극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수부족, 단통법 시행 등으로 작년 4분기 부진 영향 = 한은이 이날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3.4%(상반기 3.0%, 하반기 3.7%)는 정부나 다른 예측기관의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2월 낸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8%,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전망한 바 있다. 앞서 비슷한 시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을 3.5%,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종전 전망치가 최근 여타 기관의 전망치보다도 낮은 이유는 주로 작년 4분기 실적치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데 기인한다”며 “작년 4분기 성장률을 애초에는 전기비 1.0%로 예측했는데 현재는 0.4%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치가 크게 부진해 올해 한국 경제의 출발점이 예상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4분기 실적치가 당초 예측보다 크게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따른 통신 부문 소비 부진 ,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축소, 사회간접자본(SOC) 지출 감소, 예상보다 낮은 수출 기여도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세에 대해서는 회복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작년 4분기의 부진으로 올해 연간 전망치가 낮아졌지만, 올해 분기별로 보면 1% 내외의 성장률이 나타날 것”이라며 “전망대로 흐름이 이어진다면 회복세는 지난해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작년 성장률을 기존 3.5%보다 0.2%포인트 낮은 3.3%으로 집계했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도 “작년 4분기의 실적 부진이 2015년 전망치를 0.5%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현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며 “성장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작년 10월 전망 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7%이다.
정부와의 성장률 전망치 격차로 인한 경기인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기획재정부와 한은 전망의 차이는 작년 4분기 성장률에 대한 추정치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작년 4분기 경제지표는 기재부의 올해 전망치 발표 이후에 들어왔다”며 “기재부와 경기를 보는 시각은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3년째 1%대 =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에서 0.5%포인트 낮춘 1.9%(상반기 1.2%, 하반기 2.5%)로 발표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올해 담뱃값 인상에도 국제유가 움직임 등의 영향으로 낮은 수준을 이어가다 하반기 이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2.6%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3%, 2014년 1.3%에 이어 3년 연속 1%대에 그칠 전망이다. 물가안정 책무를 진 최대 기관인 한은은 앞서 2013~2015년 동안 물가안정 목표치를 2.5~3.5%로 발표했으나 크게 하회하게 됐다. 즉 물가안정 목표에 실패한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의 국내경제 영향과 관련해서는 “유가 하락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저물가)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이 총재는 평했다.
올해 경상수지도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기존 전망(700억달러)보다 확대된 94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경상수지도 기존 840억달러를 뛰어넘는 90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2013년부터 3년 연속 경상수지 최대 흑자 규모를 갈아치우는 것이다. 2016년엔 유가하락 효과가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850억달러일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 추가 인하 당분간 힘들 듯 = 그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상승률 전망이 낮아졌지만 이는 공급측 요인인 국제유가 하락에 주로 기인했다”며 “직접적인 통화정책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기준금리가 성장세 지원에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실물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당분간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밖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금융안정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뜻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