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위직 할당제, 전 세계적 움직임으로

입력 2015-01-16 10:05 수정 2015-06-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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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위로 갈수록 크게 줄어드는 여성 비중.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이스라엘의 정통 유대인 신문 `디 어나운서(The Announcer)`는 최근 신문에 포토샵 처리된 한 사진을 실었다.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태와 관련해 지난 1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규탄 시위에 전 세계 정상들도 참석했는데, 이들을 찍은 사진에서 남성인 정상들을 모두 뺐다. 그랬더니 단 세 명의 여성 정상들이 남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그리고 첫 여성 파리 시장인 안느 이달고 단 셋이었다. 그만큼 윗 자리로 갈수록 여성의 비중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사진이었다. (아래 사진 참조)

▲지난 1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테러 규탄 시위에 참석한 전 세계 정상급들 가운데 남성들을 포토샵으로 제외한 사진. 여성은 단 세 명뿐이었다. ( Waterford Whispers News)
정치와 행정 분야뿐 아니라 민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같은 성비 불균형을 인위적으로라도 바로잡기 위해 임원을 선발할 때 일정 정도의 자리는 여성에게 할당(quota)을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최근들어 고개를 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영국 런던 금융가 `더 시티`의 임원 30여명을 조사한 결과, 금융가에 진입하는 시기엔 여성과 남성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지만 상무이사(managing directoe)급이 되면 여성의 비중은 전체의 1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의 경우엔 상황이 더 심각해 여성 상무이사 비중은 12% 밖에 안 됐다.

피오나 울프 전 런던금융특구 시장(Lord Mayor of City of London)은 이런 결과를 놓고 여성 임원 할당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울프 전 시장은 "시간에 맡겨두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약간의 할당을 두는 것이 어떤가"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수석 상무이사 사나즈 자이미도 "지난 20년간 업계도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할당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아나 보틴 산탄데르 회장은 전 세계 금융 부문에서 최고위에 오른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 보틴 회장은 "임원을 임명하기 위한 후보 명단에 적어도 한 명의 여성은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영국 금융업무감독청 (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은 여성 임원을 늘리는데 힘써 상무이사 가운데 53%가 여성이며, 이사회 가운데 60%가 여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금융인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금융사 여성 책임자 30%를 달성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할당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여성들로부터도 나온다.

FT 조사에 참여한 한 30대 여성은 "여성 할당제로 임원에 오르게 된 여성에 대해서는 과연 이들이 장점을 갖고 있어서 승진한 것이냐는 의문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의문은 동료들, 그리고 여성들 사이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업체 RSM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인 진 스티븐스는 "할당제는 더 이상 할당제가 필요없는 수준까지 가도록 하는데 중요하다"고 했고, 헤드헌팅 업체 로빈슨 함브로의 CEO 카리나 로빈슨도 "내가 20세일 때에는 그런 발상을 혐오했지만 50세가 된 지금은 할당제 없이는 여성들이 요직에 늘어나는 일이란 한없이 느리게 달성될 수밖에 없다고 확고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당제 논란은 독일이 의회가 지난해 11월 대기업 경영 감시 기구인 감독이사회 구성원의 30%는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는 성평등 법안에 합의하면서 크게 이슈가 됐다. 이밖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비슷한 할당제를 두고 있다.

▲캐털리스트가 조사한 상장기업 내 여성 비중. 노르웨이가 가장 높다. (파이낸셜타임스)
조사업체 캐털리스트에 따르면 상장기업 가운데 여성 고위 임원이 가장 많은 나라는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의 경우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35.5%였다. 일본은 이 비중이 3.1밖에 안 됐다.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이 비중은 29.7%에 불과했고 영국이 22.8%, 독일이 18.5%였다. 이 조사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태평양 20개국의 1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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