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중소기업, 서쪽으로 가라

입력 2015-01-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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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세계 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중소기업들이여, 서쪽으로 가라(go west). 아시아시장에 집중하라.

세계가 저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생산성(productivity)’의 시대가 가고 ‘기회성(opportunity)’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 제품을 어디에 팔것인가 하는 글로벌 시장기회 포착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좌우될 것이다.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KPMG의 자동차시장 예측에 의하면 미래의 시장은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3년에서 2020년까지 인도와 아세안 국가에서 자동차시장이 연평균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뒤를 이어 중국 7.4%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비해 서유럽, 북미는 4% 이하이며 게다가 한국, 일본의 자동차시장은 1.1%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통계는 결국 동쪽 시장인 일본, 미국, 유럽 시장으로 간 기업들은 힘든 시장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수출하지 않고 내수시장에만 전념하는 중소기업들도 앞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도경제 성장기를 끝내면서 내수시장도 정체 단계에 진입했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의 교훈이 있다. 지난 10년간 현대자동차는 신흥국인 브릭스(BRICs)를 통한 기회성 포착에 기업 전략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시장에 초점을 두었다.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국자동차시장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에서 16%로 떨어졌고, 서유럽시장도 22%에서 18%로 급락했다. 반면에 신흥국 비중은 40%에서 52%로 높아졌고, 특히 브릭스 4개국의 비중은 23%에서 38%로 대폭 상승해 미국과 서유럽을 합한 것보다 3% 포인트 높았다. 이것이 오늘날 현대차 큰 성공의 이유가 되었다. 이것을 해외언론에서는 현대차의 보물찾기(treasure hunting)라 불렀다. 현대기아차가 세계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5위 생산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장하는 나라에서 시장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세계시장이 브릭스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아시아시장에서 보물찾기에 나서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내수시장 의존성도 극복해야 한다. 내수시장 관리정책은 풍선효과만 만들어낼 뿐이다. 지금의 우리처럼 저성장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일본의 1990년대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글로벌화에 실패한 일본 중소기업들이 그 이후 10년간 210만개나 없어지고 말았다. 내수시장에만 집착하고 글로벌화를 게을리한 기회성 포착 실패가 그 핵심 이유이다. 일본의 갈라파고스화 교훈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교토식 기업들은 글로벌화를 통해 대성공의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이제 해외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아시아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 중소기업들은 갈라파고스화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매출 비중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간 거의 13%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기업가란? 기업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다. 기업의 목적는 고객창조이고, 기업의 기본적 기능은 ‘마케팅과 혁신’이라는 피터드러커의 말처럼 기업가는 시장 찾기에 전념해야 한다. 에베레스트 꼭대기에 가서 천하를 보라.

서쪽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서쪽으로 가라. 서쪽의 아시아시장을 우리 중소기업의 기회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이런 나라들이 우리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서비스 수출이나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서비스는 사람에 의해 체화되어 전달되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도 아시아시장에 답이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떡볶기, 미장원, 피부관리업이 인기가 높다. 과밀한 소상공인 때문에 고민하는 소상공중앙회도 여기에서 서비스 수출의 답을 찾아야 한다. 사람 수출이 서비스 수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얀마 불고기 브라더스가 성공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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