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들이 국산품 대신 수입품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조건적인 ‘애국 소비’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갖춘 해외제품에 눈을 돌린 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포섭된 한국 소비자’라는 제목으로 해외 직접구매 열풍과 함께 소비자의 태도 변화 등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명사들이 독일의 BMW 차 대신 현대차를 선택하며 애국심을 과시했지만, 지금은 애국소비가 더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자동차 전문지 ‘모터그래프’가 1800명에게 현대·기아차를 싫어하는이유를 물은 결과 거의 절반가량이 내수 시장에서 차별받는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답했다. 같은 달 공정거래위원회도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가 외국보다 국내에서 1300만원 비싸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오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3년 소비자 시민모임이 15개국에서 판매되는 60개 제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절반 이상의 제품이 가격 상위 5위에 들었고, 헤이네컨 맥주는 세계에서 3번째로, 샤넬 향수는 5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 이후 25%의 점유율을 올린 게 한국 소비자의 태도 변화를 바로 보여준 시발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특히 지난 3년간 한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해 50여 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한국 소비자들이 더 늘어난 구매 기회를 누리는 것도 결정적인 상황 변화라고 이 주간지는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수입된 유럽 차의 가격 총계는 한국의 자동차 수출 총 순이익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10년 전 100대 중 한 대꼴인 외제차는 이제 10대 중 1대로 늘어났다.
특히 한국에서 일본의 도요타 캠리가 ‘2013년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도 주목받을만 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