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당신일 수 없는 사회 [이꽃들의 36.5℃]

입력 2015-01-19 07:47 수정 2015-01-1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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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킬미, 힐미’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제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요.” 최근 10%대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중인 MBC 드라마 ‘킬미, 힐미’ 속 대사다. 지성은 신세기, 페리박, 나나 등 자신 안에 7개의 인격을 가진 극중 인물 차도현(지성)으로 분하고 있다.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 하는 비어버린 시간, 즉 공재 의식 속에서 그는 폭력을 휘두르며 악을 응징하는가 하면, 또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모범생 차도현이야말로 본모습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도록 억압하는 재벌 2세라는 집안 환경 그리고 유년 시절 결정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발발한 것이다.

자기 자신 그 자체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서글픈 피해자는 ‘하트 투 하트’에서도 그려진다. MBC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PD가 천정명, 최강희와 의기투합한 tvN 드라마 ‘하트 투 하트’에서 여주인공 차홍도(최강희)는 대인기피증, 안면홍조증 환자다. 빨간 얼굴을 어린 시절부터 놀림 받은 탓에 홍도는 때로 굽은 허리, 차진 전라도 사투리, 뿔테 안경을 통해 흰 머리 할머니 오영래로 변장해 살아간다.

이처럼 최근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는 ‘하트 투 하트’, ‘킬미, 힐미’에서는 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이 엿보인다. 극중 인물들이 본연의 모습 그 자체를 인정받지 못한 채, 또 다른 자신을 표출하거나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스스로와 오롯이 마주할 수 없고, 자신의 기준을 외부에 맞춰야 하는 현실과의 간극이 바로 그것이다. 나를 나로서, 개개인을 개개인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완전한 자아란 존재할 수 있을까.

개인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이중성이 만연한 우리 사회다. ‘땅콩회항’으로 ‘갑질 논란’ 속 비판 여론 한 가운데 휩싸인 조현아를 욕하는 한편, 우리 사회는 ‘나 역시 을이면서도 갑일 수 있다’라는 사실을 기억했다. ‘주차장 모녀 사건’을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내 사회, 경제적 계급에 따라, 남을 누르고 나를 드높이는 게 현실이다. 이중성의 괴물이 자란다. 문제는 언제든지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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